노을이 된 낙동강
이성원
자유와 나라를 지킨
호국의다리를 무너뜨린 거센 강물에도
떠내려 가지 못한 원혼의 핏덩어리가
낙동강 서쪽하늘에 노을이 되어
붉은 깃발을 태우고 있습니다
그 놈의 새빨간 이데올로기가
자신을 겨눌 원수인지도 모르고
좌익은 `좌향앞으로` 가
우익은 `우향앞으로` 가
광기의 화염에 휩싸인 노예가 되어
방아쇠를 천천히 당긴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2011년 6월25일 새벽 4시
북한군 남침 시각에 꼭 맞춰
현장검증이라도 하듯
호국의다리가 무너져 다시 두 동강 났을 때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릅니다
강으로 처박힌 철교 쇠창살 곳곳에
걸려있는 온갖 쓰레기가
도도한 강물에 떠내려 가지 않은 채
원혼들이 으르릉거리며 곧 튀어나올 것 같아
살아남은 자들은 도망쳐야 했습니다
강을 건너려고 놓은 다리가
적의 도하(渡河)를 막기 위해 폭파되고,
강물 때문에 세운 교각이
물난리로 붕괴되었습니다
이제는 바다로 유유히 흐르는
강 위를 걸어갈 수 있도록
자유의 다리가 펼쳐지게 하소서
동포의 허리를 잘라
남북으로 두 동강 낸
침묵의 장막을 거두어
일장기를 뚫고 백두까지 출렁인
푸르른 물결로 파도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