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이 행정분야 전문용어를 쉽게 이해하고 쓸 수 있도록 자체 발굴 용어 312개를 확정해 발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때 발표된 것들로는 개찰구→표 내는 곳, 고수부지→둔치, 내역서→명세서, 노미네이트→후보 지명, 대합실→맞이방·기다리는 곳, 독거노인→홀로노인·홀몸노인·홀로 사는 노인, 동절기→겨울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언론이나 정부기관은 여전히 어려운 말들을 씁니다. 또 제 주변에도 지식인입네 하는 사람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영어나 한자말 쓰기를 좋아하는 듯합니다. 최근 저는 한 답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답사를 이끌던 강사 분은 “쉬운 말을 쓰는 것이 소통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제 옆 사람이 제게 그래도 한자말을 쓰는 것이 뜻을 정확하게 쓸 수 있고, 말이 간단해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수부지(高水敷地)라는 것보다 강턱이나 둔치라는 우리말을 쓰면 한자를 쓰지 않아도 훨씬 알아듣기 쉽고 오히려 글자도 더 적지 않나요?"라고 했더니 머쓱한지 더는 말하지 않았지요.
그뿐만 아니라 요사이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기후(氣候)`라는 한자말 대신 `날씨`라는 우리말을 쓰는데 훨씬 알아듣기 쉽습니다. 그리고 제 친척 가운데는 요즈음 민사소송을 하는데 `변제`라는 말을 자주 쓰는 걸 봤습니다. 그래서 변제가 뭐냐고 물었더니 빚을 갚는 거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빚을 갚는다고 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법률용어로 `변제(辨濟)`라고 써야 통용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법률 쪽 사람들은 일반인 들이 알면 안 되는 것들이 있는가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어려운 말을 쓸 까닭이 있을까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지 벌써 567돌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외국의 언어학자들까지 최고의 글자로 칭찬한다는 한글이라는 글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 국민은 그 한글과 우리말에 대한 긍지가 없는 듯합니다.
뉴스를 보니까 세계 최고의 기업인 구글 회장이 한국에 와서 새로 짓는 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 체험 및 교육 콘텐츠 제작 지원을 한다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구글 회장이 이익이 없으면 나서지 않을 텐데 한글의 큰 위력을 인정하나 봅니다. 이제 우리 국민은 우리의 것 특히 한글에 대한 자부심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고수부지보다는 강턱으로, 기후보다는 날씨로, 변제보다는 빚을 갚다라는 말을 쓰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이성찬·회사원·평택시 모곡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