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임금이 임금을 맡으라 하자 허유는 귀가 더러워졌다 하여 영수라는 맑은 강에 나가 귀를 씻었습니다. 권력과 명예, 재물로써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은 선비들이 취할 진정한 길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소부는 허유가 귀를 씻는 모습을 보고 그 더러운 물은 소에게도 먹일 수 없다고 하여 소를 끌고 강 위로 올라갔다는 옛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었다는 굴원(屈原)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렇게 선비에게 물은 마음의 더러움을 씻을 수 있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여기 또 물에 손을 씻는 선비가 있습니다. 바로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 1668∼1715)가 그린 에도 또 하나의 선비가 등장합니다.
이 그림의 선비는 아마도 약초를 캔 뒤 손을 씻고 있을 겁니다. 손뿐만 아니라 허유처럼 마음까지 씻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선비들은 늘 물에 손을 씻듯이 마음을 씻었다고 하지요. 우리는 이러한 그림을 보면서 공재의 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의 선비와 함께 물에 손을 담그면 좋을 일입니다. 아니 내 자신의 마음을 씻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