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24절기의 열일곱째로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드는 한로(寒露)입니다. 한자말 그대로 한로는 찬이슬(寒露)을 일컫는 말로 공기가 차츰 선선해지면서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서 서리로 변하기 직전인데 이때는 오곡백과를 수확하고, 타작이 한창인 시기이며, 여름새 대신에 기러기 등 겨울새가 날아오는 때입니다.
부지런히 나락을 베고, 메주콩과 팥을 베어 도리깨로 털고, 그것들을 다시 햇볕에 말립니다. 하지만, 가을걷이가 바빠도 틈틈이 겨울농사도 준비해야 합니다. 겨울농사로 보리씨를 뿌리고 심어야 겨울이 오기 전에 뿌리를 내려 추위를 이겨냅니다. 한로 때부터는 시절음식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습니다. 《본초강목》에는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돋우는데 좋다고 기록되어 있지요. 가을(秋)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는 뜻으로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때를 잘 알려주는 것이 한로입니다. 양기가 성하던 것이 음기가 점점 많아지니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런 다음 찬 이슬은 서리로 바뀌고 드디어 음기의 끝인 눈으로 변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농부들은 “철을 안다”고 했는데 “철을 안다”든가 “철이 났다”든가 하는 말은 아이가 어른이 되고, 그래서 성숙한 농부가 됐다는 뜻이 담겨 있는 말입니다./푸른솔겨레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