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적 짜장면의 기억은 졸업식날 읍내에 있는 용호루에서 얼굴에 면발 자국을 남기며 먹던 추억 입니다. 벌써 40년 전 이야기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입학식 기념은 없었고 오로지 졸업식날 짜장면 한 그릇을 먹는 것으로 축하를 해주던 시절입니다. 어린 마음에 언니 오빠의 초등학교 졸업식 날을 손꼽아 기다린 것은 짜장면 먹는 즐거움 때문이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열무김치에 꽁보리밥이나 된장찌개만을 일년 열두달 먹다가 마주하는 달짝지근하면서도 짜장면 특유의 향과 면발을 쭉쭉 입안으로 끌어들이던 그 기막힌 맛은 다시 만날 수 없는 맛이자 추억이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여고동창들과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마침 서울살이를 마치고 인천으로 이사간 친구 집에 갔다가 옛 짜장면이 그리워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차이나타운엘 간 것입니다. 마침 그곳에는 “짜장면박물관”이 들어서 있었는데 우리는 옛추억을 더듬으며 그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인천 차이나타운 안에 들어선 짜장면박물관은 한국에서 짜장면을 처음 만들어서 팔았다는 공화춘(등록문화재 제246호) 건물을 박물관으로 꾸민 곳이었습니다. 1908년 무렵 건축된 공화춘은 중국 산동 지방의 장인이 지었다는 중국식 건물로 100년이 더된 건물이지만 당시 짜장면 집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이곳은 1980년대까지 중국 음식점으로 사용했는데 인천시에서 건물을 사들여 보수한 뒤 지금의 짜장면박물관으로 탈바꿈한 곳으로 옛 짜장면의 향수를 느끼기에 아주 좋은 곳입니다. 박물관은 2층 크기로 모두 4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기획전시실이 있는데 전시실에는 졸업장을 받아든 언니 오빠를 위해 가족들이 외식을 즐기는 밀랍인형을 비롯하여 짜장면이 처음 만들어진 개항기 인천항의 부두 풍경과 1930년대 공화춘의 접객실 등을 재현해 놓았으며 1960년대 공화춘 주방 등을 돌아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습니다. 요즘 애들에게 졸업식 기념으로 짜장면을 사준다고 하면 코웃음을 칠지 모르지만 60년대 초등학생이던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귀하고 맛있는 음식이 짜장면이었지요./서울 성북구 돈암동 주부 독자 유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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