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기간 책장을 정리하다 이전에 흥미롭게 읽은 책을 다시 열어 보게 되었다. 모토가와 타츠오(本川達雄)의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이라는 책은 `크기의 생물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미 이십 년 전에 발간되어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끈 책이다. 일본에서는 포유동물이나 영장류에 관한 연구를 이전부터 매우 깊게 연구해 이런저런 흥미로운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모토가와의 결론은 모든 포유류는 일생동안 비슷한 정도로 호흡을 하고, 비슷한 정도로 맥박이 뛰고, 사는 시간의 길이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포유류의 상대적 시간은 비슷하다
우선 포유류의 심장박동은 일생동안 20억 회 정도 뛴다고 한다. 코끼리는 백 년 가까이 살지만 쥐는 몇 년 못 살고 죽는다. 하지만 그들의 심장 박동수는 20억 회 정도로 마찬가지라고 한다. 코끼리의 심장이 쿵쿵 천천히 뛸 때 쥐는 팔딱팔딱 뛰고, 코끼리가 숨을 느긋하게 쉴 때 쥐는 빠르게 숨을 쉰다. 숨은 심장이 4번 뛸 때 한번 꼴로 쉬게 되어 포유류는 평균 일생동안 5억 번 정도 호흡을 하게 된다. 반면에 새들은 평균 3억 번 정도 숨을 쉬고 죽는다고 한다.
포유류들은 상대적으로 평생 비슷한 정도의 시간을 살고 죽는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포유류의 시간은 적게 나가는 포유류의 4분의 1 제곱에 비례한다고 한다. 따라서 한 포유류의 체중이 다른 포유류에 비해 16배가 무거우면 그들이 경험하는 시간이나 느끼는 시간은 다른 포유류에 비해 2배나 걸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새끼가 엄마 뱃속에 있는 시간, 새끼에서 어른으로 자라는 시간, 임신 가능하게 성숙하는 시간 모두 4분의 1 제곱 법칙을 따른다고 한다. 몸무게가 무거운 짐승이 오래 사는 것 같지만 사실 그들이 느끼고 생활하는 시간이나 몸무게가 아주 작은 포유류가 느끼고 생활하는 시간의 양은 같다는 것이다. 심지어 숨을 쉬는 간격, 심장 박동 간격, 피가 체내를 한 바퀴 도는 시간, 체내에 이물질이 들어온 다음 몸 밖으로 배출되는 시간 등 모든 일상 활동의 시간이 신기하게도 포유류 체중의 4분의 1 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모든 포유류들의 평생 시간은 같다는 것이다.
행복은 물질보다 마음에 있다
최근 잘 나가던 엔터테인먼트 회사 회장, 전설의 PD, 국회의원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명 배우, 인기 가수들도 쉽게 생을 포기한다. 일반인이 보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와 명예, 그리고 인기를 누리던 사람들이 가장 불행한 상태에 내몰려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일까?
세계 경제는 지난 오십 년 동안 평균 6.6배 성장했다. 우리나라의 일 인당 국민소득은 1970년 9만 원에서 2011년 2,586만 원이 되었다는 통계가 있다. 약 사십 년만에 경제가 287배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 가운데 32위로 터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최하위이다. 반면에 일 인당 국민소득 천불도 안 되는 방글라데시의 행복지수가 최고로 높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의 국민소득이 천불을 넘은 것은 1977년이다. 경제만 보면 최빈국에서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으로 엄청나게 비대해졌지만, 행복의 양은 오히려 줄어든 것은 아닌가?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경쟁은 치열해지고,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더 극심해지고 있다. 더불어 잘 살기보다는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이 사회공동체를 좀먹어 가고 있다. 공공재나 공공선을 뒤로한 치열한 경쟁은 우리를 행복한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부를 얻기 위한 지나친 경쟁은 삶을 황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자라도 하루 세끼 밥 먹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호텔의 비싼 음식이 일반 가정 음식의 수십 배 비싸다고 해도 맛이 수십 배 좋은 것은 아니다. 인기가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연예인들은 마음대로 집 밖을 다니지도 못한다. 포유류의 시간이 몸무게 4분의 1 제곱 법칙을 따르듯 우리 행복의 양도 가진 재물의 4분의 1 제곱 법칙을 따르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일생 느끼는 행복의 절대량도 포유류의 심장 박동수나 호흡수와 같이 상대적으로 비슷할지 모른다. 행복은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 사회의 행복은 커지게 될 것이다./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