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독일 바이마르 헌법은 (나치에 의해) 아무도 모르게 바뀌어 있었다…. 나치 정권의 이 방법을 배우면 어떤가?”라고 말했다. 지난날 히틀러는 수권법(授權法)을 통해서 평화헌법인 바이마르 헌법을 소리소문없이 무력화시켰다. 아소의 발언은 이 방법을 그대로 본받아 일본의 평화헌법을 무력화시키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 발언에 파문이 일자 그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발언이 ‘나쁜 개헌의 선례’로 든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그는 앞선 망언을 통해서 역사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고, 이를 철회하는 변명을 통해서 자신이 거짓말쟁이임을 또 선언했다. 아소 다로는 또 말했다. “호헌을 외치면 평화가 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그러나 히틀러가 게르만 민족에게 약속했던 유토피아와 평화는 어떠했는가? 히틀러는 살육과 전쟁의 파괴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독일인들에게 가져다주었을 뿐이다. 오늘의 독일은 이 역사의 교훈을 뼈저리게 깨닫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노력을 통해 독일의 국격은 회복될 수 있었고 유로 공동체를 이끌게 되었다. 그러나 아소 다로는 의원직 사퇴요구마저 단호히 거절했다. 아소는 일본국의 총리까지 역임했던 인물이다. 이러한 일본은 대단한 나라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에는 아소 다로와 초록동색(草綠同色)들이 모여 있다. 최근 일본과의 축구경기에서 한국 측 응원단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플래카드를 걸었다. 이러한 행위는 일본 응원단이 경기 시작 직전 제국주의 일본을 상징하는 욱일기를 흔들어 한국응원단을 자극했던 결과였다고 한다. 이 일이 있었던 다음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그 나라의 국민 수준을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주변국에서는 침략의 상징으로 안식하고 있는 욱일기를 흔들던 일본 응원단이나 일본국민의 민도를 물으려 하지는 않았다. 그는 일찍이 ‘군대위안부’의 존재를 부인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국제사회도 반대 어제는 8월 15일, 이날을 우리는 광복절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날이 일본인들에게는 종전기념일이다. 이날을 전후하여 아베 정권의 각료들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게 될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세계 제2차 대전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다. 전쟁의 피해를 입은 우리는 그 전쟁의 주범에 대한 참배를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전쟁의 참화를 알고 있는 국제사회도 전범을 참배하고 추모하는 행위를 반대한다. 일본의 각료들은 나라를 위해 죽은 전몰자를 위한 추모는 당연하다고 말한다. 일본의 아베 총리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개인적 신념에 속하는 문제라고 호도한다. 그러나 공인(公人)인 각료에게 있어서 전범이 합사된 신사에 대한 참배는 개인적 신념이 아니라 과거의 침략을 미화하는 정치적 행위일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정치적 행위를 ‘평화’의 이름으로 용납하지 않고 있다. 한일간의 역사문제는 결코 정치적 문제일 수 없다. 원래 그것은 역사적 사실에 관한 문제이고, 역사관에 대한 문제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올바른 역사관을 거부하는 입장에 선 사람들은 역사문제를 정치문제로 만들어낸다. 이렇게 생성된 정치문제는 뻔한 거짓말까지도 정당화시켜야 한다며 그들을 유혹한다. 아베 신조나 아소 다로 그리고 그의 각료들은 이 유혹에 스스로를 빠뜨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는 자신을 잊은 사람에게 앙갚음을 한다. 이 교훈은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를 비롯하여 지구상 모든 나라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아베 정권은 과거사를 망각하거나 왜곡하면서 뻔한 거짓말을 일삼는 듯하다. 이로써 일본은 자신들이 창안한 단어인 ‘국격’을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일본에도 존경할만한 지성들이 많이 있음을 알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우선적으로 역사의 망각을 경고하여 일본의 국격과 미래를 지켜낼 책임을 지고 있다. 나는 이들을 믿는다. 그리하여 어느 날 일본의 지성들과 함께 동일한 의식을 가지고 8·15를 경축하게 될 그 날이 오리라 나는 확신한다. 역사의 길은 가끔 돌아가더라도 끝내 바로 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조광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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