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에 새로 추사박물관이 들어섰다는 이야길 듣고 벼르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지난 토요일 모처럼 가족 나들이 겸 다녀왔다. 작년 겨울 제주에 갔을 때 추사 유배지에 세운 추사관에도 간 적이 있어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라 하면 그 역사 속의 인물 중 누구보다도 친근감을 갖고 있다. 말로 백번 말하기보다도 실제 발자취를 따라 그 유적지나 기념관 등에 데리고 가보는 게 가장 좋은 산교육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우선 박물관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은 세한도였다. 언제 봐도 가슴에 다가온다. 세한도를 볼 때마다 쓸쓸한 느낌을 받다가도 이내 유배된 스승을 찾아서 험한 바닷길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이상적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김정희 선생은 무척 고마웠을 것이라고 큰애는 말했다. 그러면서 이상적 같은 사람이 될 거라고 다짐한다.
작은 아이는 김정희 선생이 벼루 열 개와 붓 천 자루를 썼다는 말을 듣고 놀란다. 그러면서 “성공하려면 저렇게 큰 노력을 해야 하는가봐 엄마”라고 묻는다. 엄마가 굳이 열심히 노력하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속으로 아이들 데리고 박물관을 다닌 게 큰 효과를 봤다고 쾌재를 불렀다. 가시나무와 탱자나무 울타리 안에 갇혀 살았다는 김정희 선생에게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꽃피는 방법을 보고, 아무 조건 없이 김정희 선생 유물을 돌려준 착한 일본인 후지즈카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어떻게 세상을 훈훈하게 할 것인지 생각해본다.
/경기도 안양시 안양동 주부 독자 강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