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동안 바느질 하는 데 쓴 실 길이가 300마일이나 된다고 한다. 그는 1903년부터 32년간 자기가 바느질 하는 데 쓴 실패를 세어보니 그 수가 무려 2,024개가 되었다고 한다. 그 실패는 보통 250야드 이상의 실이 감겨있었으므로 그것을 모두 합하면 실의 길이가 300마일 이상이라고 한다. 그는 지금 나이가 60이 넘었지만 아직도 안경을 안 쓰고 일을 한다니 참으로 기특한 바느질꾼이다”
1935년 3월 21일치 동아일보 기사로 `바느질 만히 한 부인 60평생에 실패 수 12,000 개`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어디 이 여성뿐이겠습니까? 일제강점기까지 갈 것도 없이 저의 어머니가 살아계시던 7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들에게 필수품은 반짇고리라고 할 만큼 일상에서 바느질거리가 많았습니다. 대가족의 구멍 난 양말을 꿰매는 것부터 여름철에는 할아버지 모시바지 저고리 따위를 손수 만들어 드리시느라 어머니 손에서 바늘이 떠날 날이 없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겨울에는 솜을 두둑이 대고 누비옷을 만들어 자식들이 추위에 떨지 않게 해주시고 겨우내 식구들이 덮을 이부자리를 손보느라 가을철이 되면 낮에는 밭에 나가 일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늦은 밤까지 호롱불 밑에서 바느질 하시던 모습을 이제는 구경하기 힘든 시대입니다. 옷이 낡고 터지기도 전에 새 옷을 사 입고 요즘 양말은 구멍도 잘나지 않는 질 좋은 물건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함초롬히 앉아 밥상을 차려 상보로 덮어두고 바느질을 하시면서 가족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정다운 모습은 이제 박물관의 밀랍인형이 대신하고 있을 뿐입니다./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