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고 나서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면 바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부끄러운 마음을 지니지 않고서야 반성이라는 덕목(德目)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짐승들이야 자각하는 양심도 없고, 양심이 없는 한 어떤 경우에도 부끄러운 마음, 즉 수치심이란 느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수치심이 없고서야, 자신의 과실이나 허물에 대하여 반성하는 자세는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공자 같은 성인께서도, `논어`의 곳곳에서 잘못을 저지를 수야 있지만,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반성하고 후회하면서 옳은 일로 고치기만 한다면,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다산 정약용도 회갑을 맞는 해에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고 지은 자서전 격인 글에서 생애 동안의 잘못에 대하여 반성하고 후회하면서,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 인생의 목표인 ‘현인(賢人)’ 수준에 이르겠노라는 굳은 각오를 표명한 일이 있습니다.
“1762년에 태어나 1822년을 맞았으니, 갑(甲)이 돌아온 60년의 회갑(回甲)이다. 모든 해 동안 죄를 짓고 후회하면서 보낸 세월이다. 모든 잘못을 거두어 매듭짓고, 생을 돌이켜 금년부터는 정일(精一)하게 몸을 닦고 실천하면서 하늘이 내린 밝은 천명(天命)을 돌아보며 여생을 마치겠다”(자찬묘지명: 집중본)라는 후회와 반성, 새로운 각오를 피력하였습니다.
우리 같은 범인들의 입장에서는 다산이야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르고 죄악을 범한 일이 있다고 여기지 않지만, 자신의 기록을 보면 ‘착함을 즐기고 옛것을 좋아함’[樂善好古]이야 좋았지만, 행동에 너무 과감했고, 포용력도 부족하고, 반대파들을 너무 혹독하게 비판만 했고, 선현들의 학설에도 가혹한 지적을 했던 점에 대하여는 후회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회갑의 해에서 운명하던 75세까지 15년의 여생 동안, 자신의 저서에서 사용했던 과격한 용어나, 점잖지 못한 단어도 모두 바르게 고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소학(小學)`의 교훈대로 행실을 가다듬고, `심경(心經)`의 철학대로 ‘마음을 다스리고 성정을 보완[治心繕性]’하는데 독실한 노력을 기울여, 과거의 허물을 제대로 바로잡은 뒤에야 눈을 감았던 분이 다산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마음 다스리는 공부의 요체로, `서경(書經)`에 나오는 ‘극념작성(克念作聖)’, 즉 후회하고 반성만 제대로 한다면 성인이 된다는 구절을 여러 곳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염(念)’이라는 글자가 바로 후회함이자 반성함이라고 정확히 해석해서 마음공부의 지름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 문제로 매우 시끄럽습니다.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으고, 불법으로 부귀(富貴)를 누렸다면, 법원에서 판결한 대로 추징금을 납부해야함은 갑남을녀라도 이행해야 할 당연한 의무이고, 또 그런 일을 저지른데 대한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있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항차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으로야 더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그러나 보도되는 내용으로 보면 그런 대통령 밑에서 살았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부끄럽기만 합니다. 창피하기도 합니다.
/다산연구소 이사장 박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