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며, 임금은 이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 그리고 3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준다. 이를 ‘사화(賜火)’라 한다.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이라고 한다.
위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의 기록입니다. 또 ≪세종실록≫에 보면 세종임금의 물음에 정인지가 대답하기를 “옛 시에 이르기를, ‘푸른 연기 흩어져 오후 집으로 들어가네.’ 하였사오니, 이는 반드시 불을 내려주는 걸 기다려서 불을 썼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라고 해 한식은 불을 통해 온 백성이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날임을 알려줍니다. 지금까지는 보통 한식이라고 하면 중국 진나라 때 개자추 충신 이야기만을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에는 오래전부터 "불을 나눠 주는 의식"이 있었고 그 기간에 찬밥을 먹어 왔던 것입니다.
한식은 조선시대 설날, 단오, 한가위와 더불어 4대명절의 하나였으나 이제 명절로서의 의미는 사라졌습니다. 청명은 동지 뒤 105일째 맞는 날로 24절기 가운데 다섯째입니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란 속담이 있는 것은 청명과 한식이 같은 날이거나 하루 차이로 오기 때문이지요. 청명에는 ‘청명주(淸明酒)’를 담아 먹었는데 ‘춘주(春酒)’라고 하며, 한식날 먹는 메밀국수는 `한식면(寒食麵)`, 한식 무렵 잡히는 조기를 `한식사리`라고 합니다. 현대인들이 24절기의 의미를 알기는 어렵겠지만 임금과 백성이 소중한 불을 함께 나눠쓰던 공동체 의식을 행하던 날이었음을 아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