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사들이 벌써부터 여론조사를 의뢰해 결과를 공표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마다 조사결과에 차이가 많이 나는 데다 낮은 응답률로 전체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표심을 예측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 만큼 조사결과가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후보자와 지지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론조사와 결과 발표 기준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언론사마다 전혀 다른 통계가 나오고 있을 뿐 아니라 여론조사와 반대로 선거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여론조사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지만 유권자들에게 깜깜이선거가 아니라 정확한 자료제공에 필요한 여론조사와 결과발표를 위해서는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닌다. 우리나라는 2017년 5월부터 영세한 여론조사업체 난립을 막기 위해 선거여론조사업체의 설립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낮은 응답률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선거 여론조사업체의 상당수는 조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ARS(자동응답시스템) 방식을 사용한다. ARS 조사는 미리 녹음된 기계가 자동으로 음성을 들려주는 방식이다. 전화번호 숫자 버튼을 눌러 답변하므로 비밀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지만 성별이나 연령 등을 거짓으로 답해도 확인할 길이 없어 정확한 여론조사가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통계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RS의 일치율은 성별 91%, 지역 86%, 연령대는 70%에 불과했다. 또한 전화 면접원 조사의 평균 응답률이 15.5%인 반면 ARS 조사는 평균 응답률이 4.9%에 그쳤다. 이같이 낮은 응답률은 유권자 전체의 여론을 파악하는 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표본추출 방법도 RDD(임의번호 걸기) 방식이어서 모집단인 유권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대표할 수 있는지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조사 시간대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 시간대 유선전화 조사응답자는 노년층이나 주부로 제한된다. 일반전화가 많이 설치돼 있는 가게 주인이나 자영업자들은 영업이 우선인 만큼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면 대부분 전화를 끊어버린다고 밝혔다. 특히 요즘은 휴대폰이 대세인 만큼 유선전화가 없는 가정집도 많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안심번호, 즉 가상번호다. 안심번호란 휴대전화 이용자의 실제 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가 임의로 생성한 가상의 일회용 전화번호를 말한다. 여론조사업체가 조사에 필요한 성별, 연령별, 지역별 휴대전화 번호를 이통사에 요청하면 이통사는 이를 실제 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안심번호로 제공해 준다. 안심번호 조사는 유선전화에 비해 응답률이 높다. 그러나 안심번호도 스팸전화나 보이스피싱 등으로 여러 가지 편향들이 생겨날 수 있어 2018년 지방선거부터 유선전화 조사와 안심번호 조사를 병행하는 조사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표본할당 등 기준이 허술해 이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 여론조사업체는 표본할당에 있어서 연령별·성별·지역별은 물론 인종·종교·소득·학력별 등 20여종을 포함한다. 또한 최대한 유권자모델에 근접하게 하기 위해 이전 선거 등 5회 정도의 투표이력을 확인해 반드시 넣는다. 특히 여론조사 응답률 5% 미만은 언론에 공표하지 못하게 하는 등 여론조사 및 결과발표 기준을 현행보다 대폭 강화해 보다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조사결과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여론조사 대상 후보자가 결과에 불만을 품고 해당 여론조사업체에 조사과정 등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이 있을 시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법 개정도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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