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76)이 지난 3일 `시가 사람을 살립니다`라는 주제로 경상북도교육청 칠곡도서관에서 특강을 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쉽고 짧은 세 문장으로 구성된 나 시인의 이 시 `풀꽃`은 누가 봐도 쉽게 공감한다.
덕분에 풀꽃은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글판과 광고 카피, 영화 등에 두루 쓰이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나 시인은 한때 자신의 묘비명도 ‘풀꽃’으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2011년 개봉한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배종옥(김인희 역)이 묘비명으로 ‘풀꽃’을 썼기 때문에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로 묘비명을 새로 지었다.
나 시인에게 시란 연애편지다. 그는 "열여섯 살 때 예쁜 여자에게 연애편지를 쓰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며 "이제 그 대상이 한 여자로부터 세상, 불특정 다수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시는 연애편지"라고 비유했다.
나태주 시인의 시론은 한 마디로 "시는 쉬워야 한다"이다. 쉽게 시를 쓰게 된 것도 그가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동화는 어른이 쓰지만 아이들이 동화를 읽고 이해하고 감동하려면 어른들의 세계를 아이 수준으로 맞춰 쉽게 쓰야 한다. 시도 동화와 같다.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사범학교 졸업 후 43년간 초등학교 교직생활 덕분에 `아이 같은 어른 시`, `어른 같은 아이 시`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독자를 무시한 채 자신만의 시어와 비유로 뒤틀어 놓은 신춘문예(각종 문학상 포함) 시보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쉽게 와닿는 시가 대중적 공감과 울림이 있어 더 좋아하고 이같은 시를 권하고 싶다. 시가 대중에게 멀어져 점점 읽지 않는 `죽은 시인의 사회`로 만들어 가고 있는 시인과 평론가들은 반성해야 한다. 이성복 시인은 이를 두고 "시를 읽는 독자보다 시를 쓰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시인의 역할을 지적한 나태주 시인의 주장에 동의한다. "시인은 이 시대의 대단한 예술가인 척해서도 안되고, 좀 더 가까이 나와서 같이 어울리고 위로해주는 자가 되어야 한다. 풍족한 시대에 태어난 요즘 젊은이들, 또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자존감이 떨어진 경우가 많은데, 시가 사람을 살린다는 마음으로 다가가 응원해주고 싶다. 이것이 내가 세상에 남아 있는 이유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