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물 탑차 적재함을 기름탱크와 압력계·고압호스 등을 갖춘 신종 `이동식 도유(盜油) 창고`로 개조해 송유관 기름을 훔쳐온 일당이 전원 구속, 갈수록 지능화되는 `나는 범죄에 경찰의 나는 수사`가 빛났다.
칠곡경찰서(서장 임주택)는 칠곡군 지천면 연화리 왜관물류센터 앞 4번 국도 갓길에서 (주)대한송유관공사(대구지소기점 49.5km지점) 송유관에 전기 드릴로 구멍을 뚫어 9회에 걸쳐 2억원 상당의 휘발유 11만리터를 절취한 A모씨(58·서울) 등 5명을 최근 범죄 현장에서 검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습절도)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유통 경로를 수사하고 있다. 법원은 이들 모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이들 모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월1일부터 3월1일까지 9.5톤 대형화물탑차 적재함을 불법개조해 차량 속에 1만5천리터 철재 탱크와 압력계, 비중계, 말통 등 시설을 갖추고 고압호스를 차량까지 연결(2차), 차량내부에서 송유관의 유압을 체크해 가며 유종 감별 후 신종수법인 `이동식 도유차량`을 만들어 경남 온산에서 경기 성남까지 송유되고 있던 2억원 상당의 휘발유 11만리터를 총 9회에 걸쳐 훔친 혐의다.
이들은 항공유 등을 10회에 걸쳐 도유를 시도했으나 시중에 판매가 어려운 점을 감안, 절취를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들은 (주)대한송유관공사에서 송유관 도유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송유관에서 일정량의 기름이 유출되면 자동으로 이상 조짐을 감지하는 시스템인 누유감지시스템(LDS)을 운용하고 있는 것을 알고, 이 감지시스템을 피할 수 있는 유압계를 설치, 고압호스의 벨브를 최소한으로 여는 치밀한 수법을 범행에 이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칠곡경찰서 관계자는 "송유관 절도범들이 일반적으로 송유관 인근에 위치한 주유소, 공장, 고물상 등을 임대해 땅 속으로 고압호스를 매설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데 비해 이번에 검거된 피의자들은 차량 내부에서 유압 체크⇒유종 감별(휘발유, 경유, 등유, 항공유)⇒탱크 저장⇒운반⇒유통까지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신종 `이동식 도유차량`을 만들어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도유범들이 날로 지능화·전문화·대담화돼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유관 주변 국도변에서 기름을 훔쳐내 유통시키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칠곡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팀장 송준용 경위)은 송유관 도유 지점으로 의심되는 구간을 선정, 잠복 근무한 결과 4번 국도 갓길에서 매일 저녁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에 2∼5시간 가량 머물렀다가 이동하는 9.5톤 대형 화물차량을 발견한 후 주변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는 등 영상 자료 분석과 통신수사, 현장 매복 수사를 통해 이들을 검거하게 됐다.
송 팀장은 "이번처럼 지능화된 송유관 절도행각은 다량의 기름이 유출, 대한송유관공사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었지만 칠곡경찰서의 초동수사로 범인을 검거해 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송유관 유류 절도·유통에 관여한 가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이들이 절취한 휘발유를 판매한 시중 주유소 등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