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용서, 헌신과 열정 심어주고 가신 母
"고추장에 밥 말아 먹는 것이 제일 맛있단다"
이 말씀이 진짜인 줄 알아…이젠 외식도 못해
어머님 가신 후에 몇 번이나 어머님 꿈을 꾸었는데 그 때마다 추우시다는 말씀을 듣고 얼마나 마음이 울적했는지 모릅니다. 소자가 생각이 짧아서 어머님이 입으시던 겨울옷들을 태우기 아깝다고 어머님께 드리지 않고 그냥 둔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여기 어머님이 즐겨 입으시던 따뜻한 겨울옷을 가려 어머님께 드리오니 기쁘게 받으시고 따뜻하게 입으소서.
어머님이 극락에 드신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넘었습니다. 아직도 어머님이 저승에 가셨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가끔 어머님이 저승에 가신 것을 잊고 어머님 댁에 계신 것처럼 착각을 하곤 합니다.
50세에 홀로 되시어 어린 칠 남매를 키우시고, 말년을 빼고는 기쁨보다는 늘 걱정과 한숨으로 사신 어머님! 한동안은 이제 어머님을 이승에서 뵐 수 없고, 고아가 되었다는 마음에 많이 슬펐답니다. 아프지로 않은데 기운이 없고 무력감에 멍한 상태가 되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아들, 딸들의 모습을 어머님이 원하시지 않으실 것이기에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더욱 사업에 전력하면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리운 어머님!
옛날, 생전에 우리 칠 남매랑 지내시던 일, 기억나시지요? 어릴 적, 어느 집 잔칫날이면 울타리 너머로 부르시어 음식을 몰래 주시고, 농사일 하기 싫어 친구랑 놀러 다니다 어머님께 혼났던 일. 또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상을 탔을 때 무척 대견해 하시며 기뻐하신 모습….
보고싶은 어머님!
어렸을 때, 나는 어머님이 밥을 안 드셔도 배가 안 고프신 줄 알았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쭈그려 앉으셔서 남새밭을 일구실 때 땀이 뚝뚝 떨어져도 안 더우신 줄 알았습니다. 발바닥이 갈라져 피가 나도, 안 아프신 줄 알았습니다.
외식 한번 시켜드리려고 하면 "난 생각 없고 고추장에 밥 말아 먹는 게 제일 맛있단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진짜인 줄 알았습니다. 어머님의 모습이 왜소하고 초라해서 학교 오시는 것을 말릴 때 "그래 알았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진짜 오시기 싫어하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투정을 부려도 웃고 넘기시는 모습에 어머님은 아무 감정도 없으신 분 인줄 알았습니다.
사무치게 그리운 우리 어머님!
철이 들어 어머님의 사랑을 깨달았을 때는 어머님은 이미 일흔을 넘기신 노인이 되어 계셨습니다. 그 동안에 이 아들이 사업에도 성공하고 경제적 여유도 생겨 어머님께 효도하려 해도 이미 어머님께 마음껏 해 드릴게 별로 없었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마음대로 잡수지 못하고 좋은 옷도 나들이 할 일이 별로 없어 큰 자랑이 되지 못하며 먼 곳으로 여행하시기도 불편하신 것입니다.
좀 더 일찍 서두르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동안, 이미 어머님을 병환이 드시고 병석에서 고생하시는 것을 보면서 가슴을 치고 애통해 했습니다. 무사히 백년쯤은 사실 것 같았는데 떠나시고 나니 어머님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우리 형제들 집집이 모두 텅 빈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어머님께서는 하늘나라에서 늘 내려다 보시며 저희의 앞길을 환히 밝혀주시고, 지켜주고 계시겠지요. 어머님의 마음을 이제는 훤히 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머님께서 병석에 계시며 괴로워하실 때는 이 불효자식도 무척이나 힘들어 몰래 혼자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저희가 어머님께 잘못한 것이 참 많았습니다. 일일이 거론할 수는 없지만, 이제라도 두 손 모아 용서를 빌겠습니다. 그때는 잘못인지 몰랐는데 어머님이 돌아가신 뒤에야 잘못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머님은 우리에게 `인내와 용서, 그리고 헌신과 열정`을 심어 주셨습니다. 어머님이 가르쳐 주신 교훈을 바탕으로 이 세상 살아가는데, 꼭 인정받는 사람, 성공하는 사람, 필요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리운 어머님!
낳아주시고 길러준신 은혜를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어머님의 아들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항상 지켜 주시고 보호해 주셔서 이 험난한 세상에서 화를 입지 않고 남에게 원망 듣지 않는 일생을 살게해 주십시오.
어머님! 사랑합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서기 2012년 임진년 겨울에 불효자 류원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