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왜관에서 대낮에 지적장애인 등의 `묻지마 범행`이 잇따라 발생하자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칠곡군에 등록된 정신적 장애인 수는 9월말 현재 총 831명으로 이 가운데 지적장애인은 459명(1급 88명, 2급 177명, 3급 194명), 자폐성장애인 21명, 정신장애인 351명이다.
왜관읍은 지적장애인 121명, 자폐성 7명, 정신장애인 158명이다. 지적장애인 대다수는 각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칠곡군 관계공무원은 밝혔다. 군에 등록되지 않은 장애인까지 감안하면 이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20대 지적장애인 아들을 둔 이모(칠곡군 거주) 주부는 "피해자 가족이 당한 고통과 하늘이 내려앉는 큰 충격은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기에 우리 지역민 모두가 다함께 아파하며 눈물 흘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번 사건과 관련, 본지에 보내온 이씨의 견해와 입장을 적은 글이다.
지역에서는 이번 사건을 놓고 지적장애인들의 관리와 보살핌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관에 봉착해 방법을 모색하며 고민중이다. 몇사람만 모여도 마음놓고 길을 다닐 수가 없다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통행 길에 조심하고 있다.
가족의 지적장애로 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며 살아온 지적장애인 가족들도 큰 충격을 받아 당혹스러워하고 모두 참담한 상태에 빠져 있을 것이다.
장애인 중에서 자신의 인권이나 복지 등에 대해 확실히 주장하거나 정확히 제안하기 힘든 것이 바로 지적장애이다. 그러기에 다른 장애인과는 달리 그들의 부모가 지적장애인들의 인권과 복지를 법과 제도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부 당국에 건의하거나 투쟁해 오고 있다. 그 결과 조금씩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실생활에서 느끼는 체감복지와 인권보장은 터무니없다.
지적장애인을 자녀로 둔 대다수 부모는 그들을 시설로 보내는 것을 원치 않고 지역사회와 공동체 속에서 가정의 따스한 보살핌과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기를 원한다. 따라서 시설에서 장애인들이 나오거나, 시설에 입소하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그룹 홈`과 `자립생활 체험 홈`이 있다. 이는 지역내 소규모 주거공간으로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를 보장하며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곳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장애인에게 무상으로 임대하는 자립주택 마련 등 적극적 주거대책이 요구된다.
서울시의 경우 장애인 무상전세주택이 존재하며, 2009년에는 시설에서 장애인이 나오는 투쟁을 통해 서울시 자립주택도입 등 자립생활을 위한 탈시설 지원체계와 주거대책의 단초를 마련했다.
장애인 자립생활은 몇가지 프로그램으로 완성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결국 장애를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과 같이 인격을 존중하고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살아가기에 우리 사회에 많은 장벽이 있다. 주변 사람들의 차갑거나 동정 어린 시선, 장애인에 대한 편견, 부족한 사회서비스, 교육과 직업의 높은 문턱 등으로 말이다.
장애인에 대한 온갖 차별을 없애고,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한 사람의 권리가 온전히 지켜지기 위해서는 어느 특정한 집단이나 기구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 장애인 자립생활이 사회운동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선폭력이라는 말이 있다. 시선폭력은 한 대 맞는 것보다 더 아프다. 쳐다보는 시선이 호감을 갖고 보는지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지 느낄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쳐다보는 나의 눈빛이 폭력이 된다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할까? 이는 비단 장애인에게만 해당되지 않고 일반인에게도 공히 적용되리라.
장애는 불편할 뿐 불행하지 않다. 제발 장애인을 동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혹자는 "정말 불쌍한 사람은 꿈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세상에는 장애를 가지지 않아도 불행하고 불쌍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장애인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고, 직업도 가질 수 있고,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한다. 다소 불편하겠지만 그것이 행복과 불행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앞으로 지적장애인 부모와 가족을 위한 부모대학 전문상담사들의 상시 소통과 지역사회 각종 축제-행사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마당과 공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집에만 있는 지적장애인들을 지역사회 같은 구성원으로 포용하고 함께하는 어울림, 소통, 친교가 절실하다. 능력에 따라 소일거리, 직업도 필요하다. 부모들이 다른 일을 보려고 해도 늘 데리고 다녀야 한다. 성인의 경우 갈 곳이 없다. 전문 도우미와 부모 상담전문가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