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표상으로 `박해받은 세계 유일의 꽃`
칠곡군이 조성중인 석적읍 중지리 23만여㎡의 낙동강 호국평화공원 일대에 무궁화꽃길-광장이 없어 `호국의 고장`을 무색케 하고 있다. 호국평화공원은 다부동전적기념관∼유학산 국지도 79호선∼낙동강 호국평화공원∼왜관지구 전적기념관∼칠곡보∼`호국의다리`∼관호산성 둘레길∼신유장군 유적지 등을 연결하는 무궁화 꽃길을 만들어야 `호국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칠곡을 찾는 외지인들에게는 `무궁화=호국의고장`이란 인식을 심어주고, 지역민들은 각 읍-면이 `무궁화 길`로 연결되는 일체감을 가질 수 있어 화합과 통합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칠곡군이 구미시에 흡수 통합되지 않기 위해서는 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정신적 정체성(Identity) 확립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칠곡군은 6·25전쟁 때 우리나라와 자유-평화를 지킨 상징물인 왜관 `호국의 다리` 인근의 무궁화 나무를 마구 베어낸 `역사적인 죄`를 지었다. 지난 2000년 6월 제1회 낙동강세계평화제전이 열리기 전 행사장 환경정리를 한다고 무궁화를 비롯한 수목 수그루를 베어내 당시 "무고한 나무를 제거하는 것이 평화제전인가"하는 비난이 쏟아졌다.
본기자에게 제보한 박모씨를 비롯한 일부 주민은 "낙동강 제방에서 산책을 할 때면 호국의 다리 바로 옆에 피어있는 무궁화를 바라보면서 호국의 의미를 되새겼는데 지금은 무궁화를 볼 수 없어 안타깝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낙동강세계평화축전`을 준비하는 칠곡군 관계공무원들은 수원시와 산림청 공동주최로 수원시 장안구 만석공원 일원에서 지난 17일부터 3일간 열린 `제22회 전국 무궁화 수원축제` 등에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나라꽃인 무궁화를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번 행사로 시민들이 무궁화를 많이 심고 가꿔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도 더욱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국평화공원 담당 칠곡군 공무원은 무궁화광장과 무궁화 꽃길 조성과 관련해 "무궁화는 진딧물이 많이 생겨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핑계를 댔다.
그러나 실제로 무궁화의 진딧물은 이른봄 싹틀 때 많이 끼고 그 이후는 자연히 없어져 큰 해를 주는 것이 아닌 데다 이른봄에도 약제로 쉽게 구제할 수 있다. 진딧물에 아주 강한 품종들로 개량된 무궁화나무도 나와 있다.
이돈구 산림청장은 이와 관련, 조선일보 기고에서 "무궁화에 진딧물이 많다는 것은 국민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 중 하나이다. 사실 대부분의 꽃에는 진딧물이 있다.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은 무궁화의 진딧물이 천적인 무당벌레를 불러오고, 그 무당벌레가 논밭의 각종 해충까지 없앤다는 사실을 알고 논밭 주변에 무궁화를 많이 심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이곳 발언대를 통해 "열대·한대 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하는 250여 품종의 무궁화 중에 150여종은 우리나라에서 육성됐다. 무궁화는 해마다 6월부터 9∼10월까지 100여일간 매일 피고 지며 한 그루에서 2000∼3000송이의 꽃을 끊임없이 피운다. 이런 강인함이 우리 민족성과 닮아 나라꽃으로 여겨져 왔다. 무궁화에는 자랑스러운 기록도 많다. 인류 역사상 하나의 꽃과 5000여년 세월을 함께 해온 예는 우리 민족과 무궁화가 유일하다.
또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게 국민이 정한 나라꽃이다. 17세기를 전후해 여러 나라에서 나라꽃이 정해졌는데 영국의 장미, 프랑스의 백합, 독일의 수레국화처럼 왕실이나 귀족이 정한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무궁화는 일제 때 독립운동가들이 민족의 표상으로 내세웠고, 이런 연유로 박해받은 세계 유일의 꽃"이라고 적었다.
캐나다 도심지 토론토 등에 무궁화 만발
무궁화나무에 한국전쟁 참전용사 희생 기려 주민 감동
캐나다에서 가장 분주한 토론토 도심지 중앙 분리 녹지대에 무궁화 꽃이 만발해 얼마나 반갑고 자랑스러운지 금새 더위는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행정 관청을 돌아다니며 끈질기게 호소한 결과 2006년 토론토 도심에 시 공원당국이 무궁화 묘목 65주를 중앙분리대에 심었다. 거의 100여 이민족이 어울려 사는 캐나다에서 민족그룹의 요청으로 특정 식물을 심어 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 길엔 미국총영사관을 비롯하여 토론토시청, 온타리오 주청사 등이 몰려 있는 정치적 중심지인 동시에 병원, 법원 등이 모여 있는 토론토의 심장 같은 곳이라고 불린다.
지난 2007년에 무궁화 식수 허가를 받아 마침내 제임스가든(James Garden)에 제1호 무궁화동산을 조성하게 되었고, 금년 2월 공원관리 책임자 그레그 맥도널드와 회의를 통해 한인회관 주위에 제2호 무궁화동산을 만들 것과 노스 요크(North York) 여러 곳에 무궁화 심기를 합의했다.
캐나다 현충일인 지난해 11월11일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목숨을 잃은 캐나다 병사 516명과 부상당한 군인을 기리며 감사의 뜻을 상징하는 빨간 리본 516개를 무궁화나무마다 정성들여 매다는 행사를 벌려 캐나다 주민들을 감동시켰다. 토론토의 주요 지역으로 무궁화가 점점 번성하게 될 뿐만 아니라 무궁화 묘목을 나누어 줌으로써 이제 한국 각 가정마다 무궁화를 심는 운동이 퍼져 무궁화 꽃과 함께 한민족의 긍지도 나날이 충천하고 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무궁화 묘목장에 인접한 작은 도시 웰란드(Welland)는 `장미의 도시(City of Rose)`라고 하는데 온 도시가 집집이 무궁화동산이다. 무궁화는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라 부르기 때문이다. 무궁화의 영어명은 `로즈 오브 샤론(Rose of sharon)`으로 통한다. 샤론은 가나안의 복지 중에서도 가장 좋은 곳을 말하는데 무궁화는 가장 복받은 땅인 샤론에 핀 장미라고 생각된 것이다.
/손정숙 재캐나다 수필가·전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