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위가 지난달 13일 구미-칠곡지역을 통합대상 지역으로 선정발표한 후 칠곡군민들의 반발이 수면위로 부상, 주민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칠곡군은 지역 특성상 북부지역은 구미생활권, 남부권은 대구생활권에 속해 있어 통합추진위의 주민서명 당시부터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주민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선기 군수는 19일 군청 강당에서 열린 `군민 대통합 추진위원회` 회의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말 제출한 통합건의서에 서명한 연서를 분석한 결과 총 서명인 2천499명 중 석적읍이 1천389명(55.6%), 북삼읍이 636명(25.5%)으로 81.1%를 차지해 일부 특정지역에 편중된 연대서명에 따른 구미-칠곡 통합추진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방행정체제개편위에 제출한 통합건의서 읍면별 연대서명인(총 2천499명) 수는 석적·북삼읍에 이어 약목면이 312명(12.5%), 왜관 61명(2.4%), 기산 58명, 가산 40명, 지천 2명, 동명 1명 등 순으로 집계됐다. 이완영 국회의원(고령·성주·칠곡)은 18일 칠곡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행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상 투표권자의 2%이상이라는 소수 주민의 건의와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통합을 추진한다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통합 주민건의안에 대한 군이나 군의회의 검토와 판단없이 통합대상지역으로 선정된 것은 잘못"이라고 단정지었다. 지방개편위의 통합대상지역 발표후 칠곡군 공무원직장협의회와 통합에 반대했고, 구미시 공무원직장협의회 역시 일방적인 통합에 반대하는 한편 구미시 생활권을 갖고 있는 지역에 대한 구역경계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동명면과 농민단체, 통합반대대책위 결성 칠곡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구미-칠곡 통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유는 성장 잠재력과 자생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독자적 시 승격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적 동질성과 정체성이 전혀 다른 구미시와의 통합은 아무런 실익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위한 공청회나 설명회도 없이 일부 지역주민 의견과 여론조사만으로 무리하게 통합 대상지역으로 분류시킨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나섰다. 지역에서 가장 먼저 반대 입장을 밝힌 칠곡군청공무원직장협의회는 지난달 15일 `우리는 칠곡-구미 통합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해관계가 얽힌 특정지역 주민에 의한 편파적인 통합추진은 정당성이 결여된 행위이며, 해당 자치단체 및 주민들 간 분열과 갈등으로 극심한 혼란만 초래한다”고 즉각 반발했다. 이어 동명면 이장협의회, 청년단체협의회, 새마을부녀회, 경영인연합회 등 동명면 지역 35개 단체 임원-주민 300여명은 지난 11일 동명면복지회관 대강당에서 ‘칠곡-구미 통합반대 주민대책위 결성대회’를 가졌다. 이들 단체는 향후 통합반대 서명운동 및 결의대회, 관련기관 항의 방문 등을 통해 칠곡-구미 통합을 막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홍영태 동명면 청년단체협의회장은 “구미시와 선산군이 통합한 지 17년이 지난 지금도 갈등의 골이 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앞으로 주민반대를 무시하고 정부주도형으로 몰아가는 통합에 대해 왜관·지천읍 등 타 지역 단체와 연대해 결사적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칠곡군농민단체들은 지난 17일 칠곡농업기술센터에서 농촌지도자칠곡군연합회와 친환경농업인회 등 28개 농민단체가 참여하는 `칠곡군-구미시 통합반대를 위한 칠곡군농민단체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통합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칠곡군농민단체 대책위원회(실무위원장 김하연 칠곡군 농업경영인회장)는 이날 성명을 통해 "농민들은 큰 시를 중심으로 통합하면 작은 군은 여러 가지가 배제돼 현재의 칠곡군 독자 발전보다 낙후될 뿐 아니라 칠곡은 혐오-낙후-불필요 시설의 온상이 되며 행정의 민원처리 및 각종 개발사업 등에도 주민은 불편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강하게 나타냈다. 대책위는 칠곡군-구미시 통합 논의과정이 민주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정부가 근시안적이며 불공정하게 이뤄진 통합건의서를 폐기하고 주민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공정하게 청취-수렴해 칠곡군을 시로 승격시킬 것을 촉구했다. ◆구미도 통합반대궐기대회 등 개최, 파장 확산 특히 구미시는 1995년 선산군과 통합 후 선산군 지역의 인구 유출 및 고령화, 농촌지역 낙후화, 경기 침체 등 후유증을 앓고 있어 칠곡군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게다가 구미시의 행정구역 통합은 2009년 군위군에서 추진해오다가 구미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여론 자체가 구미시민들 사이에서 형성되지 않았으며, 농촌지역으로 낙후된 군위군을 흡수 통합해도 구미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등 통합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자치단체 간 통합은 역사·지리적 정체성과 유사성 등이 있어야 하는데 일방통행식 인위적인 통합을 있을 수 없다"며 "구미는 선산군과 통합 이후 선산군의 인구와 경제 등 모든 부분에서 낙후돼 17년 동안 구미시가 많은 부담을 안고 왔는데 또다시 통합 악몽을 겪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구미시청공무원직장협의회도 지난달 29일 `중앙집권적인 획일적 정책추진을 결사반대하며, 지역실정에 합당한 행정조직이 전제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에서 "시·군 통합은 역사·지리·정서적으로 유사성이 있거나 정체성에서 일체감을 보일 경우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데도 개편위 확정(안)은 이같은 사항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인위적인 시·군 통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심학봉(구미갑)·김태환(구미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구미시와 칠곡군이 통합했을 때 두 자치단체간 시너지 효과가 무엇인지, 지역 주민들 간 갈등은 없는지 등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을 했지만 지역발전, 경제, 주요기관 위치 등으로 많은 갈등을 겪고 있듯이 시·군 통합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주민공청회를 거치는 등 철저하게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미지역 민간단체들로 구성된 `구미시와 칠곡군 시·군통합 결사반대 투쟁위원회(상임위원장 김재영 백근이)는 지난 13일 선산문화회관에서 옛 선산군 지역 8개 읍·면 각종 단체 회원과 주민 등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반대 서명운동과 함께 통합반대 궐기대회를 열었다. 통합반대추진위는 이날 ▶시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통합반대 ▶구미시 면적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 보호 ▶혐오시설 설치 반대 ▶인구감소 해결 ▶상권붕괴 우려 등을 앞세워 "600여년의 역사성과 전통을 이어온 뿌리깊은 인재의 고장 선산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구미시·칠곡군 통합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영 위원장은 "갈등과 분열만 조장하는 시·군 통합에 대해 8개 읍·면 주민들이 분개하고 있고, 시·군통합이 철회될 때까지 반대운동을 강력히 펼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구미와 합친 선산도 "통합으로 피해봤다" 반대 한목소리 선산발전동우회가 결성한 `시·군통합 결사반대 추진위원회`도 지난 3일 선산읍사무소에서 구미시와 칠곡군 시·군통합 결사반대 대책회의를 열어 통합추진에 강력한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선산동우회측에서 제기하는 시·군통합의 문제점은 크게 2가지다. 첫째, 만약 구미시와 칠곡군의 통합이 이루어지게 될 경우 농업지역인 선산 5개 읍·면이 치명적 피해를 입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칠곡군의 북산읍, 석적읍을 비롯해서 약목, 왜관 등 칠곡군 전체가 발전에서 밀려날 것이며, 구미시의 원평동을 중심으로 한 서북쪽 지역 역시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보다 더한 농업지역인 선산이 입게 될 피해는 그야말로 막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 놓고 있다. 도·농복합형 구미시는 그 기본 바탕이 파괴되고 말 것이라는 입장이다. 둘째, 선산읍은 이미 지난 1960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50년간 구미공업단지를 뒷받침하며 상생발전을 도모하고자 하였으나 그 결과는 시·군 통합이었으며, 이로 인해 선산은 구미시에 통합되는 아픔을 겪었다. 본래 ‘군’이었던 선산은 ‘읍’이었던 구미를 육성 발전시키는 것이 선산의 발전 역시 가져오는 길이라 믿고 구미 공업 단지 조성에 전심전력을 기울였으나 결과는 구미만 최고의 공업도시로 발전하며 1978년 선산군 구미읍이 ‘구미시’로 승격되면서 선산군과 분리됐다. 더구나 이후 시·군통합으로 선산‘읍’은 구미‘시’에 통합돼 그 동안의 오랜 역사를 잃고 말았다. 선산동우회는 이같은 이유를 들어 선산읍의 발전을 더욱 저해하는 구미와 칠곡의 통합 계획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이처럼 선산 동우회 측의 강력한 반대 의사가 표명된 가운데, 현재 구미와 칠곡에서도 통합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7월 23일 오후 3시37분 업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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