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란 이름은 `맴 맴 …`운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매미는 종(種)마다 제각기 울음소리가 다르다.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맴맴`은 참매미의 울음소리다. 수컷은 발음기관이 있는 빈 뱃속을 공명실(共鳴室) 삼아 울려 증폭된 소리로 크게 울 수 있지만 암컷은 울지 못한다. 산란을 하는 암컷 매미는 뱃속이 알을 낳는데 필요한 여러 기관들로 채워져 있고 발음기관이 없기 때문에 소리를 내지 못해 `벙어리 매미`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매미가 울 때 자세히 들어보면 같은 나무에 있는 매미들은 함께 울기 시작했다가 울음을 그치는 시간도 비슷하다. 즉, 매미 울음 소리는 똑같이 시작했다 똑같이 마치는 합창인 만큼 크게 들리기 마련이다. 곤충학자에 따르면 수컷이 우는 주된 목적은 동종의 개체들을 불러 모으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선 최고 큰 소리로 울어야 할 것이고 다른 수컷의 소리에 지지 않기 위해 서로 더 크게 동시에 울어대는 매미들의 합창은 곤충 세계의 `세레나데`인 것이다. 수컷 매미의 `한여름의 세레나데`가 `한여름밤의 꿈`의 결혼행진곡으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 매미는 짧게는 7일 안에 암컷을 만나야 한다. 참매미가 울 수 있는 기간은 7∼30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매미는 알에서 태어나 성장, 성충이 된 후 죽을 때까지 수명이 얼마 되지 않는다. 처음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땅 속에서 생활하는데 그 속에서 수분과 영양분을 빨아 먹으며 허물을 벗고 어른 매미가 될 때까지 5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북아메리카에 있는 매미는 17년이나 그렇게 땅 속에서 생활한다는 보고서가 있다. 따라서 지금 울음소리를 내는 매미는 벌써 수년전 태어난 것으로 봐야한다. `7∼30일을 울기 위해 5∼17년을 땅 속에 묻혀 있어야 하는 매미의 운명`을 한번 생각해 보자. 매미가 우는 것은 매미의 일생 가운데 가장 화려한 시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수컷 매미는 이 시기에 암컷에게 씨를 뿌리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울어야 한다. 이는 종족 번식의 본능에서 오는 소리요, `자연의 소리`인 것이다. 매미는 비가 많이 내린 후 폭염이 이어지는 기후를 좋아한다. 전국적으로 비가 온 뒤 무더위가 계속되는 여름 기후는 매미 서식에 적합한 환경조건인 만큼 개체수가 급증, 도시에서도 매미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고 생물학자는 풀이하고 있다. 어릴 때 시골서 듣던 이 매미소리를 도시에서도 들을 수 있다니 도시의 삭막함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자동차 소리, 공장소리 등 소음에 시달리는 도시인들이 매미 우는 자연의 소리가 소음으로 들린다고 불평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실제로 한꺼번에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귀에 따가울 정도로 시끄럽기도 하다. 매미울음 소음도가 70∼80㏈로 도시 주택가 소음기준치 50∼60㏈을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매미 울음소리는 대도시마다 꾸준한 `녹지공간 조성 확대` 행정 추진으로 곳곳에 밀집돼 있는 나무에 매미가 앉아 깃들 자연공간이 형성됐기 때문에 터져 나온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도시에 대거 출현한 매미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니 도시민들이 잠을 설치는 등 괴로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시골 매미는 무더운 여름날 낮에만 울고 밤에는 조용한데 도시 매미는 달라 혹시 다른 종류의 매미일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다같은 한국매미다. 일본, 대만 등의 저녁매미는 날씨가 흐리거나 비오는 날은 물론 해가 질 무렵부터 완전히 컴컴해질 때까지 주로 우는 경향이 있지만 15종으로 알려진 한국 매미는 자신의 체온이 일정 수치 이상 올라가야 울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기온이 높은 여름철 낮에 매미가 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매미가 울기 위해서는 밝기와 온도 등 조건을 갖춰야 한다. 열대야와 야간 조명 등으로 야간에 매미 소음이 갈수록 문제가 되고 있다. 가로등과 네온사인 등으로 도시의 밤이 낮처럼 밝아 매미가 밤낮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시골 자연에서 나는 매미 울음은 `노래소리`로 들리는 반면, 자동차 소음 등에 시달리는 도시에서는 `시끄런 소리`로 여겨 똑같은 매미 울음인데도 대조적이다. 그러나 매미 울음소리에 너무 짜증을 내지 말자. 이는 자신의 죽음을 바로 앞둔 매미가 뿜어내는 생명과 사랑의 절규이니 얼마나 절실한 소리이겠는가. `매미 시편` 詩 강영은 마루에 누워 시집을 읽다가 행간을 구르는 매미 소리를 읽는다 피를 토하는 어느 명창의 넋이 들어 있는지 박연폭포 한 소절 폭포수로 쏟아 내는데 목구멍에 걸린 울음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해 매미 시편 붙들고 땀을 흘린다 짧고 굵은 생애의 절창을 위해 매미 중, 북미의 어떤 것은 17년을 땅 속에 파묻혀 몸 속 가락을 고른다는데 내 목구멍은 자음과 모음의 엇박자로 울음소리를 흉내 낼 뿐 매미의 은신처가 되지 못한다 무엇을 더 비워내야 동안거 하안거 다 지낸 저, 소리의 깊이에 닿을 것인가 매미 빈 몸통에 남아 있는 투명한 바람 소리, 매미 시편의 완결편을 마음에 쓸어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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