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원 전쟁 기념관 녹슨 만년필 한 개
무언가에 귀 기울이듯 허리 살며시 돌려 눕고 있다
결국 찾지 못한 그 이름 때문에
한밤중 바람소리에도 벌컥 문 열어 보는
아버지를 닮았다.
한 개의 만년필이 알고 있을 죽음의 전부를
아버지는 도통 알 수 없어서
수선화 지는 동안에도 생각에 잠긴다
먼 포성 소리에
아쉬운 대로 나뭇잎에 썼을까
급한 대로 낡은 군복에다 썼을까
몇 번 불러보지도 못하고
스러져 가는
초저녁 별 같은 이름들을 써 놓았을까
살았다면 이미 반백의 노년을 살고 있을
그가 쓰던 만년필
이젠 녹슬고 귀먹어
수선화 지는 소리에도 벌컥 문 열린다
누가 또 아버지 방문을 두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