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현
4월 어느 날 배꽃이
문경 십이 관문 천지에 배꽃이 피었구나
배꽃은 떨어지는데
여기가 무릉도원이라 한다
꽃 떨어진 길을 가다 보면
6·25 그 피어린 능선 위에 나는 선다
깃발은 찢기어 나부끼는데
용사들은 죽어 전멸하고
빈 깃대 위엔 바람 불어 꽃비만 내린다
전쟁은 끝나 교회당 종소리도 멎은 날
군번 없는 용사의 묘지 위에는
피묻은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용사의 꽃이 피었다
죽어 배꽃이 된 군번 없는 국군용사여
죽어 조국의 꽃이 된 이화령의 깃발이여
4월 어느 날 배나무 한 그루
그루터기엔 용사의 못다 한 말
배꽃이 한 잎 혹은 두 잎일까
바람도 없는데 떨어지고 있다
최양현 시인
▲《월간문학21》 시 부문 등단(2003)
▲《한국문인협회》회원
▲ 한국참국문학축제회의 사무총장
▲《불교문학》운영위원
▲《박건호와 포엠아일랜드》 前사무국장
▲ 파랑새 깃을 달고 시집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