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벽에 검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도타운 햇살이 혓바닥으로 제 검은 물감을 풀어 그린 목련 그림이다 밝은 것들은 언제나 검은 물감을 한 입씩 뿜어 무엇이든 대칭으로 그린다 그러나 그 그림은 언제나 허상이다 맑은 날 호수 속을 들여다보면 안다 물속에 대칭으로 그려진 산과 나무와 새들 밑바닥에 처박아 그려놓은 구름 그 허상을 빤히 들여다보는 나와 바람까지 대칭이다 검은 꽃, 검은 잎, 검은 새, 검은 마음, 검은 허상이 물결 따라 대챙으로 흔들리고 명암 따라 일어났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들, 한 소끔 끓다 지워진 이름처럼 문득 지워지고 마는 허상은 대칭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