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낯선 것들과의 만남”이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크게 보면 우리의 삶이 곧 여행이다. 어머니, 아버지, 둘러선 간호원, 의사, 침대, 하얀 벽…. 이렇게 낯선 것들과 만나며 나는 태어났다. 초등학교 교정에 들어서며 낯선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고 군에 입대해서는 낯선 중대장과 부하들을 만났다. 직장에서는 낯선 상사와 동료들을 만나며 20년을 지냈고, 낯선 여자와 만나 낯선 결혼을 했다. 그리고 낯선 내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병원 복도에서 초조하게 서성거리던 내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분명하게 안다. 언젠가는 나도, 수많은 사람들이 갔지만 아무도 그 모습을 알려주지 않은 정말 낯선 곳, 저편 언덕(피안)의 낯선 세상을 만나기 위해 떠나야 하는 것을….
그렇다! 여행은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본능이다. 우리는 삶이라는 숙명적인 여행 속에서도 낯선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때, 그리고 매일 매일의 반복에서 지칠 때, 낯선 것을 그리워하고 그 설레는 만남을 꿈꾸며 또 다른 작은 여행을 꿈꾼다.
히말리야의 8천미터 고봉 10개를 모두 등반한 박영석, 세계 구석구석 오지를 여자 혼자의 몸으로 누비고 다닌 한비야씨는 낯선 만남의 설렘과 두려움으로 인해 잠을 설치며, 그 그리움에 가슴 저리는 본능이 유별나게 강한 사람이라 생각되지만, 어디 그들만 그러하겠는가? 우리 모두에게도 여행은 본능인 것을….
첫 미팅에 30분 먼저 나가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낯선 사람을 기다리던 짜릿함, 낯선 내 아이들을 만나고자 병원 복도에서 초조하게 서성거리던 그 잊지 못할 기억, 여행은 그런 것이다. 잠시라도 떠나자! 타성에서, 반복에서 탈출하여, 낯 익은 모든 것을 뒤로하고 가슴 설레는 새로운 만남을 꿈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