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12월 5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대한민국이 2차 대전 탈(脫)식민지국가론 최초로 ‘무역 1조 달러 클럽’의 멤버가 된 순간이다. 1948년 건국한 지 63년,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워,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지 50년만이고, 수출1억 달러를 돌파한지 47년 만에 세계에 8개국뿐인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올린 감명 깊은 날이다. 1962년 세계 수출 순위 104위 5600만 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이 50년 만에 수출규모가 약1만 배나 증가한 수출 5150억 달러, 수입 4850억 달러, 무역 1조 달러로 경제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상징적인 날이다. 1조 달러(1,000,000,000,000), 동그라미가 무려 12개가 붙는다. 돈의 규모가 얼 만큼 일까? 1달러 지폐를 가로로 늘어놓으면 지구 3370바퀴(15억5900만km)를 도는 거리이다. 이런 쾌거를 이룬 데는 자유, 민주, 시장경제 도입과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이 큰 역할을 했겠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민족의 자랑스런 젓가락 문화도 한 몫을 했다고 본다. 왜냐하면 한국수출에 1위는 반도체, 세계반도체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D램 메모리가 35.4%, 21.5% 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2위는 자동차, 3위 선박 산업, 그 다음이 컴퓨터, 무선 통신기기, 의류 등이다. 젓가락을 쓰는 나라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국가들로 세계인구의 30% 정도로, 포크 문화권과 비슷한 비율이다. 의외로 인도처럼 손가락을 사용하는 인구가 가장 많은 40%라 한다. 척 보기에도 젓가락 사용이 제일 지능적임이 틀림없다. 한국 사람의 손재주로 상징되는 ‘젓가락 문화’를 개발하면 세계 제일이 될 수 있다는 ‘젓가락으로 들어올린 지구’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자랑스런 문화가 요즈음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에서 이 글을 쓴다. 전 세계 26개국, 세계인구의 30%인 약 20여 억 명이 사용한다. 그 가운데 80%인 한국과 중국, 일본이 대표적이다. 그 가운데 쇠 젓가락을 쓰는 나라는 한국이고, 쇠 젓가락으로 참깨를 집는 민족은 한국인뿐이다. 한국은 中·日을 제치고 손기술 분야 으뜸이다. 세계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활약상(실적)은 눈부시다. 2년마다 열리는 대회에 총 26회 참가, 17차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1997년부터 제41회 런던 대회가 열린 2011년까지 8회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손기술의 극치(極致)인 인쇄기술도 세계최초라는 1445년 구텐베르크 보다 211년이 빠른 1234년(고려 고종 21년)부터 41년 사이에 동활자를 사용하여 상정고금예문 50권을 인쇄하였다. 이규보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에 이 책을 고종 21년 금속활자로 인쇄하다라 고 기록이 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최초로 금속활자를 사용하였던 것이다. 다만 당시 유물이 전해지지 못한 것이 애석한 일이다. 다행히 고려 우왕 3년 (1377년)에 충주 교외인 흥덕사에서 주자 간행한 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현존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철이 현재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요즘 한국인이 잘하는 스포츠 종목들이 많다. 손 감각이 필요한 양궁, 핸드볼, 야구, 골프 등 구기(球技)종목이다. 구기 종목은 올림픽과 각종 세계선수권대회의 상위권을 석권한지 오래되었고, 세계적인 선수들이 포진해있다. 구기종목과 정밀한 손작업이 필요한 반도체와 정보통신분야와 정밀 용접의 조선 산업 등 수출 효자종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한국인의 탁월한 손재주가 세계 1등의 밑바탕이라는 것이다. 쇠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국인은 김치를 찢을 수 있을까? 딱 붙어있는 깻잎, 미끈미끈한 묵, 작고 표면이 미끄러운 콩자반, 등을 자유자재로 먹는다. 벽안의 외국인들이 6~7세 어린이가 가는 쇠 젓가락질 하는 모습을 보고 예술이라고 감탄할 정도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은행원들의 지폐 세는 것을 마술 같다고 했다. 젓가락의 문화는 약 2, 3천 년 전 중국에서 나무의 잔가지를 사용한 것이 시초며 그 후 대나무를 이용했다. 한국 역사상 쇠 젓가락이 나타난 시기는 6세기로 백제의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 중 하나였다. 젓가락문화권에서 대부분의 나라가 나무를 사용하는 데 비해 한국은 왜 쇠일까. 다양한 기원설을 살펴보자면 먼저 나무보다 금속이 경제적이다. 쇠의 경우 오랫동안 사용해도 원형 그대로 유지한다. 또한 위생부분에서도 월등하게 앞선다. 금속 중 특히 동이나 은젓가락은 음식에 독성분이 있는지 판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양반 등 고위계층에서는 독살 위험을 방지하고자 동과 은으로 만든 수저를 주로 사용했다. 한국인에게 ‘젓가락 DNA’가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전문가에 의하면 젓가락 질 은 손가락에 연결된 30개의 관절과 50~60개의 근육이 동시에 움직인다. 특히 쇠 젓가락은 힘을 더 들여야 한다. 손을 자주 움직이면 뇌의 두정엽을 활발하게 하고 신경을 순환시켜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한다. 세계적 지능연구 전문가인 영국 얼스터대학 리처드 린 교수와 핀란드 헬싱키대학 타투 반하넨 교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 지능지수가 IQ 106으로 세계 185개국 중 1위라고 한다. 젓가락 사용이 뇌세포의 발달을 불러와 한국인의 두뇌가 손놀림과 관련된 뇌신경 세포의 연결망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촘촘하고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있다고 한다. 젓가락이 두뇌발달을 촉진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05년 EBS 다큐멘터리 ‘교육이 미래다 – 두뇌전쟁의 비밀, 손’편에서 집중력과 관련 하여 흥미로운 실험을 공개하였다. 4명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나무젓가락과 쇠 젓가락, 포크를 사용하여 한 쪽에 놓여있는 강낭콩을 다른 접시로 옮기게 하고 이 때 일어난 뇌파의 변화를 측정하였다. 실험결과 정서와 기억력을 담당하는 우측 측두엽의 변화가 관찰되었는데, 포크보다 나무젓가락은 20% 이상, 쇠 젓가락은 30% 이상 뇌가 더 활성화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젓가락질도 배우는 시기가 있다. 젓가락질은 손가락 각각의 관절과 근육이 움직여야 한다. 작은 근육이 발달되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18개월 이후부터 가능해진다고한다. 대체로 24개월을 전후로 교육시키는 것이 좋으며, 늦어도 5~6세까지 연습을 시켜야 해당시기 발달되어야 하는 두뇌의 능력이 더 잘 발달 할 수 있다고 한다. 젓가락질은 단순한 듯하지만, 그 동작 하나 하나에 뇌가 깨어난다. 이런 중요성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수 십 년 전부터 국가차원에서 젓가락의 날을 제정하여 젓가락 사용을 교육하고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 중 성인의 62%, 어린이의 80%가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어느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돌아봐야 할 때다. 사람들은 다양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유교 경전 오경(五經)중 하나인 서경(書經)에 습여성성(習與性成 : 습관이 오래되면 마침내 천성이 된다)이라고 한다. 습관은 무의식의 세계를 지배한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번 되풀이함으로써 저절로 익고 굳어진 행동이 바로 `습관`이다. 습관은 한번 형성이 되면 여간해선 고쳐지지 않는다. 이미 행동으로 굳어져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침을 커피 한 잔, 음악 들으며 공부하는 것, 외출할 때 수도와 가스를 꼭 점검 것들 모두가 습관이다. 좋은 습관은 의식적으로 꾸준히 행동하고 나쁜 습관은 행동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저명인사인 필자 친구는 잘못된 젓가락질을 고쳐보려 했지만 손목과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파 매번 실패했었다. 이번에는 방법을 달리했다. 젓가락질 교정방법을 동영상으로 몇 번씩 반복해 보고, 젓가락질을 할 때는 의식적으로 젓가락질 상태를 점검했다. 평소 습관이 나올 때마다 젓가락질을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을 노력하니 의식하지 않아도 제대로 할 수 있었고 `이 세상에 고치지 못할 습관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분명 하나의 습관을 가지는 것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과정이 더 힘들다. 다만 의지만 있다면 방법을 찾고 습관을 고칠 수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쁜 습관을 인정하고 왜 그것을 바꿔야 하는지를 스스로 느끼는 과정이다. 젓가락 사용 방법도 처음 배울 때는 어렵다. 아직 민첩한 손가락 운동이 발달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연필 쥐기나 젓가락 사용법 같은 일상생활 훈련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들은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 바르게 연필 쥐는 방법, 그림 그리기나 낙서 같은 본능적인 행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필이나 크레용 쥐는 방법을 터득한다. 누구나 배우는 과정에서 부모님에게 꾸지람을 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린이나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타나는 신체 변화의 증상 때문에 손으로 뭔가를 쥐는 동작이나 손을 이용한 정밀한 작업이 힘겨워지기도 한다. 더구나 서구 사람들은 식문화의 차이 때문에 한국 등 동양 음식을 먹을 때 젓가락 사용 방법에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필자는 젓가락질을 잘하는 편이고, 과일을 먹을 때도 젓가락을 사용한다. 요즈음 잘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나이든 분들은 젓가락을 선호하지만, 젊을수록 주로 포크를 사용한다. 밥상도, 밥을 먹는 습속(習俗)도, 밥 식기(食器)도 많이 달라졌다. 밥상은 식탁과 의자, 접시들로 점차 서구화되고 있으며 젓가락질이 서투른 아이에게는 포크를 쥐여 주고 있다. 우리도 일본이나 중국처럼 젓가락을 주로 사용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가 젓가락질이 편한 것은 어머님 덕분이다. 중국은 반찬에 기름기가 많아 집기가 어려워서 길고 굵고, 일본 사람들은 짧고 끝이 뾰족한 것은 가시 있는 생선이나 껍데기 두른 해산물과 우동 같은 음식 때문이고, 우리는 끝이 뾰족하지도 뭉툭하지도 않다. 중국과 일본의 젓가락에 무거운 금속제가 없는 것은 그만한 크기의 것을 금속으로 만들었다면 무거워서 쓰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거꾸로, 우리 젓가락을 가벼운 재질로 만든다면 무게감이 없어 역시 사용하기 불편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서울 A중학에서 ‘젓가락질을 잘해야 공부도 잘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젓가락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매끄러운 플라스틱 공깃돌 12개를 20∼30㎝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통에 20초 안에 집어넣는 정교한 젓가락질’은 청소년들의 두뇌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며 시작한 교육이다. 젓가락질은 실제로 치매노인들의 치료법으로도 이용되고 있고, 유아교육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이 손가락 자극을 주기 위한 장난감놀이로 구성돼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젓가락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 3천 여 년 전 중국에서부터다. 처음에는 제례행사에 사용됐으나 한나라 때부터 식사도구로도 이용되기 시작했다. ‘사기(史記)’에는 군사 장량이 식사 중 유방의 젓가락을 빌려 정세를 설명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처음에는 주로 대나무였다고 한다. 한반도에도 청동기시대부터 젓가락이 숟가락과 함께 사용됐으며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것이 가장 오래된 젓가락이다. 사람의 난자와 체세포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한 전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한국인 말고 누가 쇠 젓가락으로 콩을 집을 수 있느냐”며 ‘한국인의 손재주’가 성공비결중 하나임을 자랑했다고 한다. 얼마 전 한국인의 지능지수가 세계최고인데 이는 젓가락문화와 관련 있다는 어느 학자의 해설이 필자의 가슴을 뿌듯하게 했었다. 중국 고전 사서(四書)의 하나인 대학(大學)에 유 천하 지성(唯 天下 至誠), 위 능화(爲 能化)라 이를 풀어보면 ‘오직 매사에 지극한 정성을 쏟는 사람만이 변화할 수 있다’ 더 쉽게 얘기하면 ‘인생에는 지름길은 없다’ 경제 원칙에도 ‘최소의 투자, 최대의 효과’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경제 원칙일 뿐 삶의 원칙은 될 수 없다. 삶에는 요행이나 지름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이란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해 살아야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지구촌시대,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물리적 영토 전쟁시대에서 두뇌영토시대로 변하는 글로벌시대! 우리민족이 나아갈 방향은 우리가 갖고 있는 훌륭한 유전인자인 젓가락문화를 가정과 학교 그리고 국가에서 계승 발전시켜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임진년 흑룡의 시대, 자랑스런 문화를 보다 체계적인 교육으로, 국력신장의 기회로, 또한 우리 모두가 자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직분(職分)철학(哲學)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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