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이후 가난했던 어린 시절 내의도 없이 나일론 양말을 신고 시린 발로 불을 쬐다가 구멍이 나 부모님께 꾸중듣던 생각이 난다.
TV와 컴퓨터가 없던 그 당시 겨울놀이는 구슬치기, 딱지치기, 연날리기 고무줄 놀이, 썰매타기(경상도 사투리 시겟도 타기) 등을 꼽을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혼자 하는 놀이가 대부분이지만 그 때 이 놀이는 여러 명이 함께 어울려 하는 공동체 놀이가 많았다.
그런데 왜관읍 매원교 주변 동정천에 때 아닌 겨울철새가 날아온 듯 얼음판에는 주말마다 가족 등 수백명이 몰려와 겨울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것을 보면서 느낀 것은 대도시 근교 지역이지만 칠곡군은 체육시설 중 스케이트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동정천은 경북도 2급 준용하천으로 지난해 국도 인근 매원교 양쪽에 자연생태계 복원사업을 시행한 곳이다. 그리고 조선시대 전통적인 영남의 3대 반촌마을인 매원리 바로 앞을 흐르고 있다. 동정천은 장자봉과 장원봉의 원류에서 낙동강으로 흐르는 왜관의 젖줄이다.
그러나 동정천 상류 지점은 도로가 하천을 잠식, 집중호우시 농경지가 침수되기도 한다. 경북도에서는 계획만 세워 놓고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지만 칠곡시 승격를 앞두고 왜관읍내에는 주민들이 여가를 선용하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길이 400m, 폭 40m정도 되는 이곳 동정천 얼음판이 주민들이 모여 얼음지치기를 즐기는 장소로 변모하는 것 같다. 이곳은 수심이 40∼50cm이어서 안전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곡군은 최근 수백명이 동정천으로 몰려들어서 그런지 경계목을 박고, 줄을 쳐 사람들이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하루에 몇 번씩 이리로 왔다갔다하면서 웬지 보기가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본래 자연 하천이지만 이곳의 특성을 잘 살려 특별히 갈 곳이 없는 주민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로 보완한다면 분명히 매원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다.
여름에는 수영하고 겨울에는 얼음지치기를 할 수 있는 동정천으로 만들어야 수십억을 투자한 자연생태계 복원사업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동진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