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월의 새벽이 흐르는 강가로 갔습니다
두 동강 난 호국의 다리 쇠창살에 걸려 있는 원혼들
붉은 아가미로 호흡하는 각시와 한바탕 춤을 춥니다
강물 때문에 놓은 다리, 당신 때문에 폭파되고 무너질 줄이야
이 강이 없었다면 왜관도 없었고 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방울의 물이 세계를 움직일줄 몰랐습니다
이제 당신을 물로 보지 않겠습니다
2
물은 물이고 강은 강입니다
흐르는 물은 물이 아니라 강이고 바다입니다
시냇물은 졸졸 강으로 흘러들어 어느새 당신에게 안깁니다
바다는 파도치며 당신을 어서 오라 손짓합니다
그러나 강물은 아무 소리없이 아래로 흘러만 갑니다
엉엉 울어도 말없이 내리는 나의 눈물인가 봅니다
3
어제도 물이고 오늘도 물이고 내일도 흐르는 물인데
강가에 핀 달맞이꽃은 태초의 물을 기다립니다
강은 과거 현재 미래가 흐르는 대자연이고 피안(彼岸)인데
우리는 왜 목숨 걸고 이 강을 건너려고 합니까
"시인은 창조주이다. 제일 앞에서 걸어간다. 시인은 기존에 있었던 모든 것을 파괴한다. 형식, 내용 모든 면에서 새로운 글을 써야 한다. 평론가는 뒷북치는 사람인데, 철학자는 최상위급의 평론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철학자는 가장 마지막에 걸어오는 사람이다. 시는 위대하다. 철학자로 하여금 사유하게 만드니까"라고 말한 강신주 철학자가 떠올랐다.
태어나서 구상문학관 시동인 `언령` 문집 6집을 통해 첫 시를 냈지만 실존적 시상(詩想)과 동행하지 못하고, 기존의 언어와 남들의 세계를 모방하고 뒤따라가는 산문처럼 보여 `나의 江`에 떠내려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