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주어도 아이 낳기를 꺼리는 초저출산시대가 도래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아무리 인구를 늘리려고 해도 물리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주민등록상 정주권 인구보다 `생활인구` `유동인구` `관계인구`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생활인구`는 교통·통신 발달에 따라 이동성과 활동성이 증가하는 생활 유형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정부가 심각한 저출산으로 전체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수도권 쏠림현상까지 이어지며 지방소멸 위기로 확산하자 ‘생활인구’ 정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5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른 생활인구의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생활인구의 세부 요건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시행한다고 밝혔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생활인구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으로 등록한 사람(정주권 인구)과 체류하는 사람, 외국인으로 구성된다. 체류 기준은 통근·통학·관광 등의 목적으로 주민등록지 외 지역을 방문해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경우다. 칠곡군에 따르면 칠곡군 생활인구는 2022년 기준 주민등록인구 약 11만명보다 10만명 정도가 더 많은 약 21만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경북도와 연계해 KT 휴대폰 소지자 위주로 집계됐지만 SK 휴대폰 소지자와 휴대푠 비소유자, 외국인 등은 통계에 잡히지 않아 정확힌 수치는 아니라고 칠곡군 담당공무원은 밝혔다. 칠곡군의 경우 왜관역을 경유하는 구미~경산 간 대구권 광역철도(전철)가 올해말 지방 최초로 개통되면 `대구경북 1시간 생활권`이 기대된다. 그러나 이 광역철도를 비롯해 사통팔달의 편리한 교통망을 자랑하는 칠곡군은 외지에서 찾아오는 생활인구가 늘어나는 곳으로 발전하느냐, 주민들이 인근 대구·구미 등으로 대거 빠져나가 퇴보하느냐 기로에 서 있다. 때문에 칠곡군은 과거 영남의 3대 양반촌으로 교통이 매우 편리한 왜관 매원마을과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낙동강 일대에 참신한 `체류형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해 생활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미 경북 영천, 강원 철원, 충북 단양, 충남 보령, 전북 고창, 전남 영암, 경남 거창 등 인구감소지역 7곳을 대상으로 `생활인구`를 시범 산정한 바 있다. 올해는 전체 89곳의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생활인구를 산정·공표할 계획이다. 대상 지역에서는 성별·연령별·체류 일수별로 월별 생활인구를 산정할 방침이다. `관계인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인구를 말한다. 일본은 2018년부터 관계인구의 창출·확대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은 대상 지역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관련 정보와 상담을 제공하며, 사전 이주 체험 기회와 이주자의 정주·정착을 지원한다. 특히 주소를 변경하지 않은 채 실제로는 농어촌 마을에서 거주하는 이들까지 포함해 마을 활동을 조직화하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도록 하는 상생의 기반을 조성해 나갈 수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주민등록상 총인구가 감소세로 굳어져 지방자치단체가 정주인구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절대인구를 늘리기 어려운 조건에서 유동인구를 포함한 생활인구가 지역경제 등의 활력을 높일 대안으로 꼽힌다. 각 지자체는 체류형 생활인구를 확보, 인구감소에 따른 침체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생활인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자체의 등록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통팔달의 교통망으로 지역간 이동이 쉽다”며 “관광객 등이 방문하면 지역 내에서 소비가 이뤄져 지역경제 활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 10만3537명이었던 칠곡군 인구수는 2016년 12월말 12만3199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7년말 기준 12만864명, 2018년말 11만8828명으로 해마다 2000여명씩 급감했다. 2020년 12월말 기준 11만4758명에서 2021년 12월말 11만3822명, 2023년 2월말 11만2074명으로 감소세가 둔화했다. 그러다가 올들어 1월말 기준 11만299명에서 2월말 10만9904명으로 줄어 11만명대가 무너졌다. 지난 3월말 10만9475명, 4월말 10만9234명, 5월말 기준 10만9072명으로 칠곡군 인구가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칠곡군은 이에 따라 경북도와 연계해 생활인구 분석에 들어가 2023년까지의 정확한 생활인구를 집계하고, 생활인구 늘리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칠곡군은 7가지 이야기가 담긴 대표메뉴와 U자형 관광벨트, 호국명소 등과 연계한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요일별 먹거리 도전 프로그램과 웹툰을 활용한 홍보콘텐츠로 군청사거리에 `텔미칠미길`을 만든다. 경북도에 따르면 우리동네 명품먹거리 조성사업은 지역 내 자원과 음식이 조화를 이뤄 먹거리·즐길거리·볼거리가 어우러지는 명소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특히 칠곡군은 U자형 관광벨트 사업으로 `호국평화 테마파크 조성공사`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호국평화 테마파크 조성공사는 총 120억1800만원(도비 70억원, 군비 50억18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낙동강 호국의다리 교면포장·난간교체·경관조명·보수보강, 관호오거리 상징조형물 설치와 함께 관호지하도, 엘리엇광장, 구 왜관터널 등 호국의다리 주변 1만㎡를 정비하는 사업이다. 사업기간은 2019년부터 내년까지다. 칠곡군 담당공무원은 "현재 관호오거리 상징조형물(비둘기 조형물) 설치와 엘리엇광장·구 왜관터널 정비는 완료됐고, 호국의다리 경관조명 공사 등은 공사가 중단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실제로 설치물 제작 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칠곡군은 국가등록문화유산인 호국의다리와 구 왜관터널 정비가 마무리되면 호국문화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주변 관광지와 연계를 통한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군은 왜관시장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육성해 `로컬 대표 명소화`를 진행하고 있다. 왜관시장은 2022년 `전통시장 특성화 첫걸음기반조성사업`을 펼쳤고,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 `특성화시장 도약지원 문화관광형` 시장에 최종 선정돼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을 연계해 시장 고유의 특장점을 집중 육성하는 상인 중심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지난 25일 2024 대한민국 동행축제 `왜관시장 고객감사 경품대잔치`를 시작으로 왜관시장의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왜관시장은 지난해 문화관광형 육성사업에 선정돼 야시장 및 프리마켓, 차 없는 거리 시범운영을 통한 문화공연, 특화상품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했다. 사업수행 2년차인 올해에는 시장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 및 로컬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로컬인력의 시장 입점 유도로 시장의 세대교체 기반을 완성하는 등 시장이 칠곡군의 대표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이제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지역만의 고유한 특색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삶의 터전"이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왜관시장을 칠곡군의 대표 로컬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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