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0 총선에 출마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천에서 `시스템 공천`이 화두로 떠올랐다. 종전까지 양당에서 강조해 온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는 온데간데없다. 왜 그럴까? 시스템은 정보·통신 용어로 여러 가지 구성요소가 상호작용하거나 상호의존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통일된 집합체`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시스템도 사람이 만든다. 따라서 양당의 공천 시스템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구축한다. 입력 없는 출력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스템 공천`을 앞세워 피를 묻히지 않고 자신들 마음대로 공천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자신들이 공천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시스템에 따라 공천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차라리 정확한 데이터와 정보를 저장해 놓으면 이해타산이나 사심(私心) 없이 공천자를 결정해 줄 수 있는 AI(인공지능)에게 맡기는 게 가장 공정하지 않겠는가? 공정성을 앞세워 무책임하게 자행하는 시스템 공천이야말로 `양의 탈을 쓴 이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완전 국민경선제 등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 공천개혁 방안으로 회자돼 온 `완전 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의 공천에 국민이 직접 참여해 선출하는 상향식 공천의 한 방식으로, 소수에 의한 공천 독과점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정당의 공천은 경선과 경선을 하지 않는 `단수·전략공천`이 결합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천과 관련해 2월 20일 기준 각각 164곳, 88곳의 심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중 경선을 치르는 지역구는 각각 61곳, 37곳 정도다. 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단수·전략공천 규모는 각각 103곳, 51곳이다. 이는 정당공천이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한국 정치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야 공히 시스템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공천하는 것이 부끄럽다"며 "현역 의원 감점 비율이나 신진 가산점 등을 언급한 것에 기대했지만 결국 `현역불패`와 `비명횡사` 시스템을 만들었다. 양당의 시스템 공천에 있어 결정적인 문제점이고, 시스템 공천을 망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도 "양당에서는 시스템에 중립적인 주체가 있어 그 주체가 객관적으로 공평하게 공천하듯이 얘기하지만 시스템은 수단이지 주체가 아니다"라며 "말은 시스템을 이야기하며 중립적인 무언가가 사람들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최고의 선(善)인 것처럼 하는 것은 엄청난 눈가림이자 눈속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양당 모두가 성공적인 시스템 공천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공천의 기본적인 틀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 평론가는 "총선 결과에 따라 이기는 정당은 성공한 시스템이라 평가받고, 뒤진 정당은 실패한 정당이라고 평가받을 것"이라며 "시스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시스템을 짜느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평론가는 "시스템 공천은 좋은 인재를 공천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지금은 주류들의 자기 계파 챙기기에 유리하도록 설정돼 있다"며 "중앙당의 개입이 이뤄지는 이런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국민들의 민의와 민주주의 정신에 맞는 오픈프라이머리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선과 상·하원 선거 과정에서는 당내 경선과정을 거친다. 당내 경선제도는 크게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로 나눠진다. 코커스는 당원들이 모여 연설·토론을 거쳐 투표를 통해 당의 후보를 뽑는 제도이고, 프라이머리는 국민경선제처럼 당원은 물론 당적이 없는 일반 유권자들도 경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공천배제(컷오프) 결정에 대해 "시스템 공천은 처음부터 잘못 작동됐다"며 "이미 비선 단위에서 결론을 내놓고 겉으로는 공관위·전략공관위·선관위가 논의하는 듯, 시스템 공천인 것처럼 눈속임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들며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천(私薦)`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시스템이 해킹당한 느낌이다. 정상적 시스템이 제도와 체계를 갖추는 게 아니라 꿰맞추기식, 표적식 시스템을 활용해 합법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조작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공천에서 친명(친이재명)계는 `친명횡재`, 비명(비이재명)계는 `비명횡사`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비해 비교적 잡음 없는 무난한 공천이라는 평을 받고 있으나 `현역 의원 불패`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평가지표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 일환으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고, 현역 의원 평가 하위자와 다선 의원에게 페널티를 부여하는 등 현역 물갈이에 대한 의지와 정치 신인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현역들이 대거 생존한 `현역불패`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진의원 페널티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대상자에 대한 감점이 이뤄졌는데도 경선에서 대거 현역이 살아남은 결과 `시스템 공천`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말이 시스템 공천이지 사실상 현역들을 위한 공천이 아니었나?"라며 "현역들이 대거 살아오면서 결국 공천 시스템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방증했다"고 주장했다. 4·10총선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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