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을 믿고 방만 경영으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기업의 획기적인 구조조정 없이는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부채가 수십조에 달하는데 임직원 연봉은 부채가 없는 일반 기업체보다 훨씬 많이 받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에 따르면 347개 공공기관 가운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을 제외한 344개 기관의 부채는 670조 원으로 나타났다. 2021년 부채 582조4천억 원보다 약 87조6천억 원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치다.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은 174.3%로 전년대비 22.5%포인트 증가했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지난해 금융성 부채는 33조7163억원에서 2026년 43조3504억원으로, 9조6341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성 부채 증가에 따라 연간 이자비용도 2024년에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이 높은 부실 공기업이 내는 빚은 정부의 지급보증 때문에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국가부채의 분식 통로로 악용된다는 비판까지 받는다. 일반 기업일 경우 이미 파산했을 텐데 결국 국민의 혈세로 보전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공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국민 세금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로 계속 들어가야 할 것이다.
대다수 공기업은 이에 아랑곳 않고 억대 연봉도 모자라 복리후생비를 늘리는 등 신(神)이 내린 자신들만의 `철밥통`을 구가하고 있다. 사실상 국민 혈세를 끌어다가 벌이는 이러한 `빚잔치`로 국민은 피폐해지고 국가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역대 대통령도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나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합리화는 실패로 끝난 데 이어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 개선도 무위로 끝났다.
2022년 공공기관 347곳의 총 정원은 44만5천 명으로 2021년보다 6천 명이나 늘었다. 정부는 2022년 말 수립한 기관별 기능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을 올해부터 적용해 공공기관 정원을 조정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공공기관 총 정원은 43만6천 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9천 명이 줄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원 조정보다 국민 혈세가 포함된 억대 연봉을 조정하는 동시에 요즘 MZ세대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스타트업` 시스템을 공기업에도 시급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Start-up)이란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벤처기업 등을 말한다.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 상품과 다르게 독창적인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기존 사업 방식을 따르지 않고 신속한 업무 처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특징이다.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차별화된 기업 경쟁력을 갖추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치열한 연구·개발이 절실하다. 이러한 경젱에서 도태되는 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기업의 현실은 어떠한가?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신이 내린 직장`이다. 일은 많지 않은 반면 연봉은 많고 복리후생 또한 잘 돼 있다. 또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년이 보장된다. 야근이나 주말 근무는 거의 없어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된다. 무한경쟁 속에서 승진한 대기업의 임원과는 달리 적당히 해도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공기업에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 등으로 변화를 도모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복지부동(伏地不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전의 2021년 결산 기준 부채는 145조7천970억원 규모다. 그런데도 성과급은 많이 지급했다. 한전 사장은 지난해 4월 경영평가 성과급 9천315만원을 받았고, 상임감사와 이사도 6천210만원, 6천219만원을 각각 받았다.
한전은 이같이 성대하게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화석연료 의존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각고의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폭을 가장 쉬운 전기료 인상으로 해결하려 한다.
국제 기후환경단체들은 지난해 9월 “한전은 역대 최악의 재정 위기를 겪고 있고, 손실 대부분은 한전이 화석연료인 석탄과 가스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며 “한전은 근본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전력의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 의존율은 67%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전기료는 국제적인 연료비 인상요인에 따라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설립된 비정부기구(NGO)기후솔루션(SFOC)은 “한전 재무위기가 심각해진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국제 유가와 석탄가격의 급등이 심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부와 한전은 이같이 전력 공급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불안하고 환경오염의 주범인 화석연료 의존율을 대폭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국민 10명 중 7명이 지지하는 원자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원전(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설에 발벗고 나섰어야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이 전환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17년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다행스럽다. 산업자원통상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전력에서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을 줄이고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이게 된다. 원전 비중은 오는 2030년 32.4%, 2036년 34.6%로 늘어나고 신재생 비중은 각각 21.6%, 30.6%를 목표로 한다. 반면 석탄은 19.7%, 14.4%로 각각 줄일 계획이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