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을 1년 앞둔 지난 11일 대구 동화사를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공식 나들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다음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도 만날 예정이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유영하 변호사는 "다른 의도는 전혀 없으니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정치적인 확대 해석에 대해 경계를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정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재개, 신당 창당 등 정치적 분석을 계속 내놓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동화사를 찾은 박 전 대통령에게 한 지지자는 "하시던 일(정치) 계속 하이소. 억울해서 안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미소로 응답해 여전히 신비감을 더했다. 대구 한 주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는 분"이라며 "정치적으로 다친 상처를 정치적으로 회복하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결단을 내리거나 소신을 밝힐 때 남색 웃옷을 즐겨 입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뒤나 법원·검찰 출석 시, 지난해 3월 대구 달성군 사저에 입주할 때 어김없이 남색 코트를 입었다. 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결백하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날 동화사를 찾은 박 전 대통령은 흰색 재킷을 입었다. 흰색은 밝음과 깨끗함(청렴), 결백과 순수함, 절개과 충절을 상징한다. 박 전 대통령은 2005년 이곳 동화사 주지로부터 `선덕화(善德華)`라는 법명을 받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善德女王)처럼 2013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다. 동화사 통일대불 앞에서 합장한 박 전 대통령이 부처님의 대자대비(大慈大悲)와 자신의 법명 `선덕화(善德華)`를 앞세워 착하고 덕스럽게 불법 탄핵한 자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가슴 속에 돌덩어리가 된 그 한(恨)은 어떠한 복수로도 풀리지 않으리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동안 대구 사저 등에서 가만히 있지 않아 정치 재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 과거 친박계 인사들과 비공식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부총리는 2016년 12월 9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 국회 통과 시 재적 의원 300명 중 유일하게 찬반 투표에 불참한 의원이었다. 지역에서는 최 전 부총리(경산)를 비롯해 친박 인사들이 내년 총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령·성주·칠곡의 이완영 전 의원과 유영하 변호사 등이 해당된다. 이완영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 찬반투표 시 반대표를 던졌다. 최 전 부총리와 이 전 의원은 자신들의 사면복권으로 깨끗하게 다시 출발할 수 있게 된 만큼 내년 총선에 출마해 자신들의 결백을 밝히겠다는 각오다. 이완영 전 의원은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를 중심으로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고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최대 과제"라며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는 허공 속으로 날아가 버려 식물정부가 되고, 정국 혼란으로 대한민국이 도탄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2016년 국정농단 의혹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시 당내에서 아무도 맡지 않으려고 하는 간사를 맡아 정권 붕괴를 막기 위해 선봉에 선 바 있다. 이 전 의원은 당시 민주당 등이 합세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고,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에 맞서 대통령을 지키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좌파 지지자들에게 1원짜리 후원금을 받는 등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싸워 보수 측으로부터 `청문회 스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가 지난 10일부터 4일간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한 가운데 친박계 신당 창당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행보다 더 넓은 선거구 한 곳에서 2~4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가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의 향수가 살아 있는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친박계 신당 후보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함께 동반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정치 복귀는 아직 미지수다. 내년 총선에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 닉네임이 다시 등장할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아직은 변수가 많다. 지난 4~6일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를 보면 무당층 지지도가 28%로 국민의힘 32%, 더불어민주당 33% 지지층 못지않았다. 대부분의 무당층이 내년 총선에서 부동층으로 이어질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역할이 기대된다. 박근혜를 `선거의 여왕`으로 만들어 준 기반은 보수층인 ‘집토끼’와 중도층인 ‘산토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데 있다. 급격한 경제 성장의 신화를 이룬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고,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했다는 것에 공감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만큼 박근혜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 결과 돈 한 푼 받지 않았고 대부분이 무죄로 드러났지만 최서원(최순실) 씨와 경제공동체(동반자)라는 이상한 프레임에 엮여 4년 9개월의 긴 옥살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 실정(失政)도 주목된다. 박근혜와 친박계 신당이 성공하려면 윤석열 정부 실정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의 위기가 초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이나 `구원 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가 4주 연속 36%대에 머물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윤대통령의 긍정적 평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친구지만 과감히 처단한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상당수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처벌하지 않고서는 크게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 5년의 적폐를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탈북 어민 강제 북송사건 ▶성급한 탈원전 정책 ▶소득주도성장 ▶태양광 비리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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