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칠곡군 악목면 조모 씨는 새벽 시간대에 위층에서 나는 `쿵쿵`거리는 소음으로 잠을 잘 수 없고 아내는 신경쇠약까지 걸릴 정도라며 지난 4일 칠곡신문사로 대책이 없느냐며 전화를 걸어왔다.
정부의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 강화에 따라 의자 끄는 소리와 아이 뛰는 소리만으로 층간소음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빠르면 연내에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치는 법적으로 층간소음 피해를 인정받는 범위는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은 1분 등가소음도 기준으로 주간(오전 6시~밤 10시) 39㏈, 야간(밤 10시~다음날 오전 6시) 34㏈로, 기존의 43㏈, 38㏈보다 4㏈ 낮아진 것을 골자로 한다. 층간소음의 기준치가 초과 확인된 후에도 소음 발생 행위가 중단되지 않으면 조정위원회를 통한 피해 배상이 가능하다.
층간소음 기준이 이같이 낮아지면서 의자를 끄는 소리와 아이들이 뛰는 소리만으로 층간소음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통해 1단계 접수된 민원은 2019년 2만6257건에서 코로나19로 재택생활이 늘어난 2020년 4만2250건으로 폭증했다. 지난해에는 4만6596건으로 더 늘어났고, 올해 상반기까지도 2만1915건이 접수돼 지난해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또 층간소음으로 접수된 민원 가운데 `뛰거나 걷는 소리`가 67.7%인 4만689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망치소리 3247건(4.7%) ▶가구 끄는 소리 2674건(3.9%) ▶가전제품 1928건(2.8%) ▶문개폐 1404건(2.0%) ▶악기 1019건(1.4%) ▶기타 1만2103건(17.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층간소음 발생의 73%는 아이들의 뜀박질이나 어른의 무거운 발걸음에서 발생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국민이 층간소음으로 느끼는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층간소음 기준 강화를 통한 소음 문제 해결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층간소음 기준 강화로 신고와 분쟁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14년 층간소음 범위와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공동주택 생활을 더 조심스럽게 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오히려 층간소음 분쟁이 폭증했다.
특히 아이 키우는 가정의 경우 아이가 계속 뛰기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가족은 "마음껏 뛰노는 아이를 어떻게 24시간 감시할 수 있겠느냐"며 "이로 인해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조용히 지내는 생활이 습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한 것도 문제다. 나아가 공동주택 부실 시공에 따른 층간소음은 입주자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실정이다. 층간소음 발생의 60~70%는 시공사의 부실 시공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지난 8월 4일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를 시행, 바닥소음 기준 강화에 들어갔다.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는 공동주택 사업자는 완공 후 사용승인을 받기 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성능검사를 실시해 검사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이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검사기관은 사업자에게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이를 권고받은 사업자는 10일 안에 조치계획서를 제출하고 조치 결과를 검사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층간 소음으로 분쟁이 생겼을 때 두 당사자가 직접 만나면 폭행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금지한다는 취지에서 전화나 문자 메시지, 천장을 가볍게 두드리는 정도의 항의는 용인될 수 있다. 층간소음이 발생했더라도 항의하기 위해 위층 집 초인종을 무리하게 누르거나 괴롭히면 안된다. 법원 판결을 보면 층간소음에 항의하려는 아랫층 입주자의 접근을 금지하는 위층 주민의 `접근금지가처분`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층간소음으로 서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파트 경비실(관리사무소)을 통해 공동주택관리규약에 따른 조치를 취해달라 요구하거나 관할 경찰서에 인근 소란 등의 죄로 신고할 수 있다.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소음정보시스템 홈페이지(www.noiseinfo.or.kr)를 통해 상담을 신청하거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1661-2642)로 전화상담도 할 수 있다.
칠곡군은 2013년 2월부터 `층간소음 없는 행복한 우리집`을 만들기 위해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은 ▶홍보물 승강기 부착 ▶소음 흡수가 잘되는 슬리퍼 신기 ▶의자·탁자에 소음방지 패드 부착하기 ▶밤 9시 이후에는 청소기·세탁기 사용 자제하기 ▶어린이 대상 층간소음 예절 교육 등을 펼치기도 했다.
칠곡군은 층간소음에 따른 마찰이 없는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사업보조금 비율을 상향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은 곳은 페널티를 부여해 층간소음 문제가 점차 개선되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