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과 무순위청약제도 전면개편 등에 따라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집값거품`이 사라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로또당첨`이라 불릴 만큼 재산증식이나 재테크 수단으로 `0순위`였던 아파트청약이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점차 정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토지신탁이 지난 7월 22일 왜관월드메르디앙 웰리지 본격 분양에 들어갔다. 이 아파트는 지하 3층~지상 최고 20층 6개동 352가구 규모로 ▶84㎡A 262가구 ▶84㎡B 88가구 ▶150㎡ 2가구(6베이에 특화 테라스)다. 전 타입 4베이 이상인 왜관월드메르디앙 웰리지는 거실과 주방이 연결되는 구조로 설계해 폭넓은 주거 공간을 갖췄다. 또 대형 팬트리, 드레스룸 등 넉넉한 수납공간도 제공된다. 특히 사업자는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에 의지하던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계약금 정액제` 등 금융혜택을 내걸었다.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와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계약금 정액제`는 통상 분양가의 10~20%로 책정된 계약금을 1000만원, 2000만원 등으로 낮춰 정해진 금액을 먼저 납부하는 형태다. 또 추첨을 통해 명품 핸드백과 의류 건조기, 무선 청소기 등을 경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칠곡 왜관월드메르디앙 웰리지 전용 84m²는 대거 미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의 미분양 심각한 수준이다.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전국 1위, 경북은 전국 2위로 전국 미분양 주택 10가구 중 4가구가 대구경북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준 경북도내 미분양 공동주택은 4823호다. 전용 면적 60~85㎡가 3844호로 가장 많고 85㎡ 초과 471호, 40~60㎡ 439호, 40㎡ 이하 69호 순이다. 시·군별로는 미분양관리지역인 포항과 경주에 78.7%인 3796호가 몰려 있다. 포항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 1554호가 쏠려 있고 이밖에 포항 다른 지역에 955호가, 경주는 1287호가 미분양됐다. 경북은 포항(규제지역인 남구 제외)과 경주가, 대구는 중구, 동구, 남구, 달서구가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제70차 미분양관리지역에 포함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미분양 관리 모니터링을 통해 매월 말 ‘미분양관리지역’을 선정해 공고한다. 미분양관리지역은 미분양 주택 수가 500가구 이상인 시·군·구가 심사 대상이다. 대구시는 중앙정부에 집중된 주택정책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위임하는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한 시는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분양 민간아파트를 공공기관에서 매입해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자고 나면 최고 수억원씩 올랐다는 서울·경기 아파트 청약시장도 얼어붙었다. 지난 7월말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11.7대1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경쟁률 19.8대1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1만7710가구에서 올해 6월 2만7910가구로 58% 늘었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은 1509가구에서 4456가구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서울에서도 올해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청약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하면 10년 동안 청약을 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은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든다는 분석이 유력한 데다 금리 급등에 따른 이자 부담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아파트시장이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자 부동산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계약 물량을 해당 아파트 소재 시·도 지역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분하는 규정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부터 무순위 청약에 과도하게 수요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무순위 청약 자격을 해당 아파트 소재 지역 무주택자로 제한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최근 주택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부동산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자재값 급등,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 발표 등이 잇따르면서 무주택 실수요자 등이 좀 더 지켜보자는 식으로 관망하는 경우가 많아 미분양이 늘어난 것”이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침체에 빠지는 등 급변하는 부동산시장으로 투기열풍이 멈추고 그동안의 `집값거품`이 사라지면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6대 광역시 아파트 가격 하락률이 10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난 1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둘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6대 광역시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10%로 2012년 8월 첫째 주(-0.10%)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광역시별로는 대구가 8월 둘째주 0.16% 떨어지면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6대 광역시 아파트 매매수급지수의 경우 5주 연속 하락하는 추세였고, 8월 둘째주는 87.6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74.0로 가장 낮았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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