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2주년 기념식과 백선엽 장군 서거 2주기 추모식이 지난 6월 25일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렸다.
‘잊지 말자 6·25, 지키자 대한민국!’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사)국가원로회의와 백선엽장군기념사업회로 구성된 추모위원회가 준비했다.
정권이 바뀐 결과 이날 행사에는 지난해보다 3배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올해 행사에는 군에서 처음으로 군악대와 의장병 등을 지원하고 조화도 보냈다. 지난해 정부와 군의 무관심 속에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백 장군을 기리는 자리가 1년 만에 달라진 것이다.
행사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국회의원, 권영해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민간사회단체와 협의해 내년엔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백 장군 등 전쟁 영웅들의 동상을 세우고 다부동전적지를 성역화하겠다”고 밝혔다.
정희용 국회의원(고령·성주·칠곡)은 추모사에서 "지난해 12월 3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께서 이곳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참배를 하면서 대구경북 주민들 앞에서 대한민국 자유 수호를 언급하시면서부터 분위기가 좋아져 대선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가원로회의 상임의장인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은 추도사를 통해 “다부동 전투는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고 나라를 살리는 반격의 시발점이 됐다”며 “과거 정부는 이러한 정체성을 홀대했지만 앞으로 백 장군 업적을 통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발판이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0년 8월 낙동강 다부동 전투에서 “내가 앞장설 테니,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쏘라”며 목숨을 걸고 사수한 백선엽 1사단장이 지휘한 육군 1사단이 승리하면서 낙동강 전선 방어에 성공했고, 인천상륙작전으로 반격 계기가 마련했다. 백 장군과 1사단은 그해 10월 평양으로 진격했고, 그는 1952년 육군 참모총장에 임명돼 이듬해 군(軍) 최초로 33세의 최연소 4성 장군이 됐다.
백선엽 장군이 2020년 7월 10일 향년 100세로 서거하기 전 이명박 정부 시절 국립서울현충원 안장에 대한 약속이 현 정부(문재인 정부)에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칠곡군 다부동전적지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백 장군 측은 "백 장군은 2019년말 가족들과 다부동전적기념관을 장지로 생각하고 답사를 다녀왔다. 문재인 정권 출범 뒤 서울현충원의 안장이 무산돼 국립대전현충원으로 갈 바에야 차라리 다부동전적지가 낫겠다 싶어 다녀온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백 장군은 이전에도 다부동 전투현장을 찾을 때마다 처참했던 그날을 회고하며 사후에는 영광된 국립묘지를 거부하고 부하와 전우들 곁인 다부동 유학산 자락에 묏자리를 자청했다고 한다.
유족은 백 장군이 2020년 7월 별세 전 “전사한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받들어 전투복을 수의(壽衣)로 입히고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관 위에는 다부동 등 8대 격전지에서 모은 흙이 뿌려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여당 지도부는 그의 영결식에 불참했고, 일부 단체는 안장식 때 반대 집회도 벌였다.
일부 좌파 지지자들은 "6·25전쟁의 영웅은 백 장군이 아니라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희생된 무명 용사들"이라며 "백 장군을 전쟁 영웅으로 받들어 그의 동상을 세우는 등 다부동전적기념관 일대를 성역화하는 것은 무명 용사의 업적을 더욱 가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보훈처는 지난 2월 백 장군 묘 안내 표지판을 철거하기도 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가진 이날 가진 추모식은 분위기가 반전됐다. 미국 등 선진국이 정권에 관계없이 전사한 장병들을 전쟁 영웅으로 예우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세계 유일의 남북분단 국가인 우리나라는 좌파·우파 정권에 따라 전쟁 영웅이 왔다갔다하는 현실이 착잡하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