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안 코로나19 `집단면역` 형성을 공언하며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 통계를 바탕으로 하는 블룸버그 백신 추적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안에 코로나 자연면역에 도달할 11개국에 대한민국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오는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하루 30만명 정도는 맞아야 가능하다. 현재 하루 2만~7만명의 접종을 기준으로 할 경우 3년~10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블룸버그` 백신트래커(추적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코로나19 집단면역 형성에 성공할 국가 중 한국은 제외돼 있다. 추적시스템은 블룸버그가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토대로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들어간 국가의 집단면역 형성까지 소요시간을 계산한 것이다.
블룸버그 추적시스템의 국가별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한 시기(3월 7일 기준)는 이스라엘 1개월 후, 세이셸·몰디브 2개월 후, 칠레 4개월 후, 바베이도스 4개월 후, 미국 6개월 후, 영국 7개월 후, 헝가리 7개월 후, 세르비아 7개월 후, 아랍에미리트·몰타 9개월 후 등으로 11개국이 올해 안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또 모로코 12개월, 러시아 13개월, 스페인 14개월, 아이슬란드 15개월, 덴마크 16개월, 그리스 16개월, 이탈리아 18개월, 스웨덴 18개월, 독일 19개월, 포르투갈 19개월, 프랑스 21개월, 싱가포르 21개월, 사우디아라비아 21개월, 캐나다 24개월, 브라질 26개월, 바레인 32개월, 홍콩 42개월이 각각 지난 후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63개월, 인도 69개월, 중국 112개월 등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5년 3개월 후인 2026년 6월 집단면역이 형성될 전망이라니 충격적이다. 물론 한국의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감안한 자료다.
코로나19 비상시대에 조금만 더 참으면 정상으로 돌아가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우리나라 국민에게 블룸버그의 이같은 전망은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같은 분석자료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모든 정책과 예산을 믿을 만한 백신 확보와 접종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가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이라는 희망을 걸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백신을 3억9030만회 접종했다. 인류의 5.0%가 백신을 맞았다. 미국이 1억1074만회로 가장 많이 접종했고 중국이 6498만회, 인도가 3506만회, 영국이 2650만회 등 순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빠르면 오는 4월부터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는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접종 횟수가 950만건으로 국민 수를 넘었다(109.8%). 최근 새 감염자와 중증 환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방역 전문가들은 백신 우선 접종 대상은 주로 사망률이 높은 노인이므로 접종률이 20~30%까지만 가도 중증 환자와 사망률은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올해 11월까지 전 국민의 70%에게 백신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월 26일부터 접종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22일 0시 기준 누적 접종자수는 67만6607명으로 전체 인구(5182만명 기준)의 1.3%에 그치고 있다.
국민의 70%인 3500만명이 2회 접종하려면 거의 7000만건을 접종해야 한다. 하루 2만명 안팎이면 10년 가까이 걸린다. 하루에 가장 많이 접종한 지난 5일 6만7840명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3년 가까이 소요된다.
접종이 느린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게가 사활을 걸고 있는 백신 확보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접종 예정자는 1150만명이지만 정부가 현재 확보한 백신 중 2분기 안으로 들여오기로 확정된 백신은 805만명분에 그치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접종하려면 상반기에 345만명분 이상의 백신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데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올해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물량 공급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에는 의료기관이 3만3000곳 있다. 한 곳에서 하루에 20명씩만 접종해도 66만명을 접종할 수 있다. 대형병원은 하루 수백명을 접종할 수 있고 전국 곳곳에 접종센터까지 개설하면 더 많은 인원 접종도 가능하다. 전문가는 "백신 물량만 충분하면 3~4개월만에 350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의료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지난 1년 입만 열면 ‘K-방역’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던 문재인 정부의 백신 접종 성적표가 너무 초라하다"며 "정부는 자연면역 도달 시점, 전국민 75% 이상이 2회 이상 접종하는 시점을 올 11월이라고 발표했지만 접종할 백신은 종류별로 얼마나 확보됐는지, 접종 스케줄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노바백스와 얀센, 모더나와 2분기 공급 계획을 협의하고 있다. 올 11월까지 집단면역 형성하겠단 목표에 변함이 없다"며 "11월까지 최대한 백신 접종률을 70% 이상으로 맞출 것이다. 11월 집단면역 형성으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접종순서에 해당하는 분께선 적극적으로 예방접종에 참여해 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