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이 코로나19로 당초 11월19일에서 12월3일로 연기된 가운데 가림막을 설치한 비좁은 책상에서 마스크를 쓰고 시험을 봐야하는 수험생들이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연기 사태는 올해가 네번째다. 1993년 수능이 처음 시행된 이후 12월에 시험을 치르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앞서 수능이 연기된 사례는 세 번 있었다.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2005년에는 6일 뒤로 미뤄졌다.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린 2010년에는 1주일 연기된 바 있다. 이때는 모두 미리 일정 변경이 연초에 공지돼 큰 혼란은 없었다. 특히 교육부는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2017년 11월16일로 예정됐던 2018학년도 수능은 갑작스레 1주일 연기를 발표했다. 자연재해로 수능시험이 미뤄진 첫 사례이자 불과 시험을 12시간 앞두고 일정이 바뀌는 초유의 사태였다. 학생들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올해 수능은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 착용과 가림막 설치 등 새로운 환경에서 치뤄져 수험생들이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부는 올해 일반 수험생이 보는 고사장 내 모든 책상에는 전면 가림막을 설치한다. 책상 간 거리두기가 유지될 수 있는 양옆에는 가림막을 두지 않는다.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는 시험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가림막 설치에 반대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가림막 설치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능 시험날 책상 앞 가림막 설치 반대`라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청원인들은 "고사장 책상 크기가 시험지 크기에 비해 작은 편임에도 가림막을 세우게 되면 공간이 더 협소해져 불편하고, 시험 당일 익숙하지 않은 구조물이 시험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가림막 설치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수능 시험지는 8절지 27.2×39.4㎝크기인 데다 고사장마다 책상 크기가 달라 공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사장에 설치되는 가림막은 가로 60㎝, 높이 45㎝ 크기의 상판과 이를 받치는 두 개의 바닥 판으로 이뤄져 있다. 상판 밑부분에는 너비 40㎝의 직사각형 홈을 내서 문제지 일부를 책상 밖으로 내놓고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바닥 판에는 양면테이프를 부착해 가림막을 책상에 고정할 수 있도록 했다. 부정행위 방지와 시험 감독을 위해 가림막은 반투명하게 제작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림막이 너무 투명하면 시험지가 가림막에 반사돼 다른 수험생이 부정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반사가 최소화되도록 투명하지 않은 재질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의 실험결과 가림막은 최소 70cm 이상 돼야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수능 각 고사장에 설치되는 45cm 가림막은 원천 차단이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림막 철회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KAIST 연구팀은 플라스틱 자원 낭비, 예산 투입 대비 효율성을 감안해 과학적 접근을 통해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KAIST 연구팀의 실험 결과 45cm의 가림막을 낮은 책상에 설치했을 경우 사람이 분사한 비말은 가림막 상단을 넘어 직접적으로 앞으로 전파됐다. 매우 작은 비말들은 에어로졸 형태로 부유해 선풍기나 온풍기를 통해 퍼져나갔다. 같은 45cm의 가림막이지만 키가 작은 학생을 고려한 중간 가림막의 경우 일부 비말이 가림막을 타고 위로 상승했다. 이후 온풍기와 같은 공조장치 작동에 따른 하강기류로 바람을 타고 비말들이 역류해 가림막을 넘어 전파됐다. 사실상 비말 차단 효과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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