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아파트값 폭등의 대책으로 정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포함한 대규모 공급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가열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그린벨트보존`으로 일단락됐다.
정작 그린벨트 해제가 시급한 곳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가 아니라 대도시와 인접한 시·군 지역이라는 지적이다.
그린벨트에 묶여 재산권행사를 할 수 없는 칠곡군 주민 등은 쓸데없는 그린벨트를 대대적으로 풀어 더이상 피해를 보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금부과로 부동산 폭등과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 정책과 여당의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 추진은 총체적 난국을 임시방편적으로 모면해보려는 국면전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기승전(起承轉) 필자가 판단하기로는 서울·수도권의 과밀인구가 지방으로 분산되지 않는 한 아파트값 폭등과 그에 따른 투기 등 부동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수요가 있으니 아파트 공급이 있는 법이다.
청와대, 국회, 각 행정부처 등 공공기관 이전지도 출퇴근이 쉬운 고속철도 등 교통이 편리한 지방으로 가면 안된다. 서울에 아파트와 집을 팔고 지방으로 완전히 이사와 지방에 새롭게 정착하는 인구가 늘어나지 않고서는 서울·수도권의 부동산문제는 영원한 과제로 남는다.
그러나 서울에 사는 시민 대다수는 지방 이전(이사)를 극구 반대한다. 특히 유부녀들은 사업에 실패한 남편이 서울 아파트를 처분해 사업자금과 집을 한꺼번에 마련할 수 있는 지방으로 이사가지고 하면 이혼하고 가라는 식으로 나온다는 말은 이 모든 것을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된다.
◆고 박원순 시장 ‘그린벨트 지키려다 스트레스로 죽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가진 주례회동에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미래 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야 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잘 한 일이다.
정부와 여당이 서울지역 그린벨트 해제 추진의사를 밝힌 가운데 지난해 9월 그린벨트 지역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산 17만7435㎡(5만3674평)을 250억 원에 매입한 우람개발(주)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유례없이 서울 그린벨트에서 큰 필지를 거래한 것에 대해 의문을 드러내는 업계의 시각이 짙었고, 1년이 지난 현재 `이럴 줄 알고 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우람개발(주)이 사들인 이곳은 제한보호구역·비행안전구역·대공방어협조구역·보전산지·공익용산지·개발제한구역·자연녹지지역 등으로 묶여 개발이 불가능한 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우람개발(주)이 이같은 땅을 매입한 것은 사전에 그린밸트 해제 시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확신을 준 계기(?)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7 우람개발(주) 감사보고서를 보면, 우람개발은 현금자산은 700만원에 불과했다. 우람종합건설(주)이 우람개발의 연대보증을 서 250억원으로 내곡동 그린벨트 땅을 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람개발 이수영 회장은 현 정부와 인연이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5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9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보수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린벨트를 지키려다 스트레스로 죽었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는 현정권과 정면으로 맞섰다는 지적도 주목된다.
◆공공기관 등은 교통이 불편한 지방으로 분산 이전해야
정부와 여·야당은 진정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대한민국 수도와 정부기관, 공공기관 등을 교통이 편리하지 않은 지방으로 분산하고, 이에 대비해 서울·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할 것이 아니라 장기간 필요 없는 그린벨트로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칠곡군 등의 대단위 그린벨트를 과김히 해제해야 할 것이다.
칠곡군 그린벨트의 경우 1972년 8월 25일 처음 지정된 동명면이 전체 면적의 57%인 36.4㎢가, 지천면은 40%인 35.8㎢로 지주들은 재산권을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48년간 피해를 호소해 오고 있다.
칠곡군 이곳 2개지역 그린벨트는 그 동안 20가구 이상 집단취락 29개지구와 개발제한구역 관통대지, 소규모 단절토지 등 1.3㎢를 해제한 것이 전부이다. 특히 대구광역시와 인접한 3개 시·군 중 칠곡군 그린벨트 지정면적(72.2㎢)이 가장 넓어 시승격 등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산시 22.4㎢와 고령군 20.1㎢를 합한 42.477㎢보다 29.779㎢가 더 넓어 칠곡군이 63%를 차지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권한,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양하라
우리나라의 그린벨트는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처음 도입했다. 당시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도시에 인구가 집중됐고, 그 결과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들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이를 통제하기 위해 도입돼 그린벨트로 지정된 녹지 지역은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는 긍정적 기능을 했다.
그러나 칠곡군의 경우는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다. 198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될 당시 칠곡군은 칠곡읍 전역이 대구시 북구로 편입됐다. 이곳 대구 칠곡은 현재 대구 북구 절반을 차지하는 인구 20만명이 넘어선 도시로 발전했다.
요컨대 대구 칠곡이 대구시의 무분별한 도시팽창 지역이 됐기 때문에 대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기 위한 칠곡군 동명·지천면의 그린벨트는 대폭 해제돼야 한다. 대구시 인구를 보면 2010년 251만2000여명에서 2015년 248만8000며명, 2019년 243만8000명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만큼 도시가 팽창하기는커녕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수를 비롯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은 그린벨트를 풀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도지사 등 광역자치단체장은 국토교통부 장관과 사전협의를 거쳐 30만㎡ 미만의 그린벨트를, 국토교통부 장관은 30만㎡ 이상을 각각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사실상 그린벨트 해제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된 만큼 칠곡군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의 해제 요구가 빗발쳐도 권한 밖이라며 해제를 도외시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해 지방자치의 꽃을 피우려면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권한을 시·도지사니 시장·군수에게 이양해야 한다.
◆그린벨트 해제, 공익적 목적으로 개발수요 발생할 경우 가능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5월 청와대에서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하고, 30만㎡ 소규모 그린벨트 해제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하고 편의시설, 공장의 허용기준을 완화하도록 지시하는 등 그린벨트 규제완화 정책이 그동안 잇따라 발표됐다.
그러나 지역에서 그린벨트 지주들은 "그린벨트를 대폭 해제하지 않고서는 뚜렷히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완영 전 국회의원(칠곡·성주·고령)은 2015년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수도권위주의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규제완화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비율을 보면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고, 지역별로 큰 편차가 있어 매우 불균형하다는 것이다. 처음 개발제한구역 지정면적 대비 해제면적률을 전체적으로 보면 28.46%가 해제되었지만, 대구·경북권의 경우 2.3%에 불과하다.
이 전 의원은 "그린벨트로서 기능을 상실한 부분이 많은 그린 땅이 아닌 땅, 논밭, 마을 이렇게 개발제한구역의 본래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는 곳은 국토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해 과감히 해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종열 전 칠곡군의원은 이에 앞서 2014년 4월 제213회 칠곡군의회 임시회 군정질문에서 "지천면과 동명면의 그린벨트를 대폭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비롯한 다세대주택을 많이 지어 정착인구를 늘리고, 정주권개발사업도 활발히 전개해 칠곡군의 시승격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2009년 9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가진 `2020 대구권 광역도시계획 변경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정부와 지자체는 그 동안 그린벨트로 묶여 재산상 피해는 물론 속병을 앓아왔던 지역민들이 뒤늦게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자신의 땅이 공공개발로 또다시 싼 가격으로 땅을 넘겨야 하는 피해를 보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장기간 칠곡군 등 지방의 쓸데없는 그린벨트가 해제되지 않아 대도시와 서울·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리고 그에 따른 아파트 등 부동산 폭등으로 이어져 갈수록 중앙은 계속 발전하는 반면 지방은 피폐해지고 있다.
칠곡군 관계공무원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50년 가까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지역민을 위해 해제는 필요하지만, 미래세대의 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주고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의 존치는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현행법상 개발제한구역의 해제는 서민용 공공주택사업 등 공익적 목적으로 개발수요가 발생할 경우 가능하다. 대구 연경지구, 도남지구 같은 공공주택지구 등의 개발계획이 수립되면 개발수요가 생길 것이다. 그린벨트 지정목적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역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고 생활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린벨트 해제나 규제완화로 도로, 하천 등 생활편익시설 확충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