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이 지난 3월 25일 시행에 들어갔으나 형평성과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아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명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으로 이뤄져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스쿨존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과속 방지턱 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된다.
스쿨존 내 모든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해 이같이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민식이법` 적용 대상은 스쿨존에서 제한 속도 30km/h를 초과하거나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 13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거나 다치게 한 경우이다.
6천여건의 소송을 진행했던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민식이법은 형평성과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운전할 때 엄청 무서운 법이 3가지가 있다. 특가법상 사망 뺑소니, 부상 뺑소니, 윤창호법"이라며 "민식이법은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법이다. 형평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무조건 3년 이상 형을 내리는 것은 형평성이 없으며, 사망사고라 하더라도 과실 비율에 따라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의 선택 여지가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운전자가 운전을 잘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해 조금의 과실이라도 있으면 바로 징역형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운전자 과실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순전히 어린이 잘못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없을 경우 스쿨존이라는 이유로 민식이법에 의해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법의 개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민식이법에 따른 교통사범의 형량이 강도 등 파렴치범보다 너무 가혹해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부작용 속출의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제한 속도 30km/h 이하로 서행하더라도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차량에 부딪힌 뒤 2차 사고 등으로 사망했을 경우 운전자는 징역 3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일단 교통사고가 나면 과실 책임을 어느 한 쪽에 100% 부과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 과실이 0%라 하더라도 재판까지 가서 이를 증명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고의로 사람을 폭행해 죽게 만드는 폭행치사가 3년 이상, 살인이 5년 이상의 형량인 것과 비교하면 불과 몇 %의 과실범에게 무기징역이 가능한 민식이법은 당장 손을 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특가법(민식이법) 개정안의 골자인 "안전 운전 의무를 소홀히 한 운전자" 이 문구도 애매모호하다. 운전자가 어떻게 차를 몰아야 안전하게 운행하는 것이고, 어떻게 몰아야 불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인가? 소홀하다는 말도 그렇다. 소홀하다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대수롭지 아니하고 예사롭다"이다. 이 모든 언어들이 모호하다.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재판정에서 사용하는 법적 용어가 이래서 되겠는가? 사고 운전자의 과실이 0%라고 해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뚜렷한 증언이나 증거자료가 없을 경우 재판부는 "안전 운전 의무를 소홀히 한 운전자"라는 법적 조항을 앞세워 어린이 사망 시 징역 3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공무원(준공무원)과 학교 교사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경우 억울하게 퇴직해야할 수 밖에 없다.
운전자는 초등학교(유치원, 어린이집) 정문 300m 이내에 지정하는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는 순간 어린이들의 성역을 통과한다는 생각으로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일부 운전자들은 아예 스쿨존을 피해서 차량을 운행하는 게 상책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9월 교통사고로 숨진 9살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따서 발의된 민식이법이지난해 12월 10일 통과된 후 66일간 12개 채널에 오른 `민식이법` 키워드로 포스팅된 글들을 대상으로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긍정률은 11.16%에 그친 반면 부정률은 무려 55.23%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