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창당, 거대 양당체제 강화로 `불합리`
"소수 정당·다양한 목소리 수렴" 기대는 회의적
`준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수·비례정당 기호는?
오는 4월 15일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300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2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된다. 하나는 자신이 속한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용지고, 다른 하나는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는 정당투표 용지다. 유권자 1인이 2표를 행사하는 `1인 2표`로 1표는 인물에게, 또다른 1표는 정당에 투표하면 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정당의 총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제출한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21대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100% `연동형`이 아닌 50% `준연동형`이 적용된다. 의석수(300석)는 지역구 253석에 비례대표 47석을 그대로 유지하고, 비례대표 30석에만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상한선을 두었다. 나머지 비례대표 17석은 종전처럼 각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한다.
예를 들어 A정당이 정당 득표율 20%, 지역구 당선자 10명을 배출했을 경우 A정당은 300석 중 20%인 60석에서 지역구 당선 10석을 뺀 50석의 절반인 25석을 `상한선 30석` 범위 안에서 다른 정당들과 비율을 조정해 가져가게 된다.
이는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당선 결과가 저조할 시 이를 보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으면 정당 득표율이 높아도 비례의석을 챙길 수 없거나 확보할 수 있는 의석이 줄어든다. 때문에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위성정당 이용, 정당득표율 몰아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총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로 정하고 지역구 의석수에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당 지지세는 높지만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에 유리하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거대 양당 중심의 우리나라 정치구조가 다당제 구조로 바뀔 수 있어 관심을 모았다. 특히 한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이 어려워 거대 양당의 독선을 막고, 다양한 소수 정당이 등장해 소수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협치(協治)도 기대됐다.
그러나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의 비례를 전담하는 `위성정당`(자매정당)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 등장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장점인 소수자의 대표성 실현과 유능한 신인 발굴 등도 여러 당의 부실 공천으로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위성정당을 이용해 정당득표율을 몰아줌으로써 비례대표 의석 수를 상당수 챙기겠다는 거대 양당은 동시에 비난받아 마땅하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창당 시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4+1` 협의체에 대안으로 미래한국당을 출범시킨 만큼 충분한 정당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지역구-비례대표 투표용지 정당 순서 달라
정당 기호는 원내 의석 수에 따라 부여받는다. 이번 4·15 총선 기호는 ▶1번 더불어민주당(120석) ▶2번 미래통합당(95석), ▶3번 민생당(20석) ▶4번 미래한국당(17석) ▶5번 더불어시민당(8석) ▶6번 정의당(6석) 등 6개 정당이 전국 통일 기호를 받았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5명 이상의 지역구 의원을 가지거나 직전 선거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이 전국 통일 기호를 부여받을 수 있다.
고령·성주·칠곡 지역구의 경우 민생당·미래한국당·더불어시민당·정의당 후보가 없고, 국가혁명배당금당에서 입후보해 지역구 투표용지는 윗칸부터 ▶1번 더불어민주당 장세호 후보 ▶2번 미래통합당 정희용 후보 ▶7번 국가혁명배당금당 정한석 후보 ▶8번 무소속 김현기 후보 순으로 배치된다.
비례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정당 투표 기호는 1~6번까지 지역구 후보자 기호와 동일하다. 그러나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아 지역구 후보 투표용지와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의 정당별 순서는 달라진다.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의 경우 기호 3번을 받은 민생당이 첫번째 칸을 차지한다. 이어 두번째 칸은 미래한국당(기호 4번)이, 세번째 칸은 더불어시민당(기호 5번)이 다음은 정의당(기호 6번) 등 순이다.
7번부터는 국회의석 수와 지난 선거 득표율을 기준으로 우리공화당 7번, 민중당 8번, 한국경제당 9번, 국민의당 10번, 친박신당 11번, 열린민주당 12번으로 확정됐다. 이 중에서 국회의석 수가 동일한 국민의당과 친박신당, 열린민주당은 추첨을 통해 결정됐다. 나머지 기호는 정당 명칭 가나다 순이다. 이번 21대 총선에는 모두 35개의 정당에서 총 312명의 비례대표 후보자가 등록했다.
◆비례대표로 정당 난립, 100% 수개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이번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면 당연히 비례대표 투표용지에서도 지역구 투표용지와 마찬가지로 맨 윗칸과 두번째 칸을 각각 차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위해 이번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았다. 미래통합당은 27일 현재 17명의 의원이 탈당해 의원 꿔주기 방식으로 미래한국당으로 이적한 결과 미래한국당은 정당 투표 기호 4번을 받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은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현재 8명의 의원을 연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당적을 바꿔 더불어시민당의 기호는 5번으로 결정됐다.
4·15 총선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정당들이 이같이 난립하면서 투표용지가 길어져 48.1cm로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16대 총선 이후 20년만에 100% 수개표로 투표용지를 분류한다. 투표지분류기에 넣을 수 있는 길이 34.9cm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책임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26일 이번 총선에서 `꼼수정당`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위성정당 및 비례대표용 정당 난립과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해왔던 사람으로서 위성정당 출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총선을 난장판으로 만든 장본인은 미래통합당"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20대 국회가 무리한 패스트트랙을 통해 어렵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개정 선거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꼼수`와 허점투성이의 제도로 전락, 종전 제도만도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역구 299명, 비례구 299명 독일처럼 비례대표 늘려야
김형준(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명지대 교수는 "이번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성정당이 만들어져 정당 분할로 정당정치가 파괴되고 선거 민의를 왜곡시키면서 오히려 거대 양당체제를 강화하게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교수는 "통상 선거제도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된다. 첫째는 표의 ‘비례성’과 ‘대표성’이다. 민의가 의석수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다면 그 취지에 맞게 비례 의석을 대폭 늘려야 한다. 가령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지역구(299명)와 비례구(299명)의 비율이 같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현재의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한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연동률 50%)를 도입했다. 이런 기형적인 괴물 선거제도로 비례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