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6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세연·김성곤·조순형 국회의원이 제안한 ‘한자교육기본법’의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이 법의 제안 취지는 광복 이래 초등 및 중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소홀히 한 결과, 우리말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자어를 국민들이 몰라 우리말을 올바로 사용하는 데 혼란을 주고 있고, 품격 높은 우리말의 사용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막대한 장애가 예상되기에, 초등 및 중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넣어 실시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법의 제정 취지가 큰 틀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에 설득력이 없다. 특히 법 제안 취지에서 ‘우리말의 70% 이상을 한자어가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대부분 그것이 사실인 양 통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은 일제 침략자가 만든 (1920)에 뿌리를 둔 것이다. 침략자들은 사전의 올림말 수로 한자어를 70%나 되게, 순우리말은 고작 30%에 지나지 않게 만들었다.
즉 순우리말을 줄이고 한자말을 그것도 일본식 한자말을 마구 집어넣어 사전을 편찬하였다. 그들의 의도는 우리말글을 말살하고 한국민족에게 일한혼용체의 문장으로 된 일어를 보급하여 한국인을 일본인으로 만듦에 있었다.
그런데 광복 뒤에 한자를 좋아하는 일부 학자가 이 사전을 토대로 오늘날 쓰지도 않는 일본 한자어를 그대로 우리말 사전에 넣고 한자어가 70%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글학회가 완성한 큰사전(1957)에 수록된 올림말 수를 보면, 순우리말이 47%를, 한자어가 53%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데도 침략자가 만든 사전에 뿌리를 둔 주장을 신뢰해야 한다는 말인가? 사투리라고 빼버린 순우리말을 더 많이 찾아내고, 일본식 한자말을 솎아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한자교육기본법 제정에 힘을 쏟지 말고, 한글의 세계화에 힘써 주기를 바란다. 제발 자신들이 살아온 시대에서 얻은 낡은 국한문혼용 관행을 후대에 강요하지 마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는가?
/박용규 이극로연구소장· 한글학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