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기운을 기르면 적취(몸 안의 덩어리, 나쁜 무리)는 저절로 없어진다.(養正則 積自除)”라는 한방 이론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바른 기운 곧 정기(正氣)는 요즘 말로 한다면 ‘면역력, 방어력’으로 번역할 수 있겠지만 뭔가 딱 떨어지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에 비유한다면 “군사력이 강하면 적이 침략하지 못한다.” “경찰력이 강화되면 치안이 확보된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언어는 그 사회성을 같이 담고 있기에 그 시대의 언어는 그 시대의 가치관으로 해석을 해야 바른 해석이 될 것입니다. 개항 이전 우리 조상은 육체와 정신을 동일시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정기를 기른다”라는 것은 ‘몸에 좋은 물질’을 먹어서 몸을 강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좋은 마음`을 수련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하는 것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라고 할까요. “정신과 육체를 같이 바르게 하는 것”이 정기를 기르는 것입니다. 내일 9월 17일은 1940년 중국 중경에서 ‘한국광복군 사령부’가 창건됐던 광복군 창설일입니다. 빼앗긴 조국을 찾기 위한 광복군이지요. 나라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광복군도 광복절도 없었을 것입니다. 군사력이 약하면 남의 나라 침략을 받기가 쉽습니다. 군사력은 우수한 무기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애국, 애족에 바탕을 둔 애국심과 희생정신이 없다면 그 무기들은 녹슨 고철보다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동족을 탄압하고 착취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음이지요. 마찬가지로 건강을 잃지 않는다면 의사들에게 고마워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요즘은 개인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영양결핍이 아니라 영양과잉(편식, 정크푸드 따위로 인함)과 운동부족 탓이 더 많습니다. 국가 사회로 본다면 군사장비나 치안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애국심이나 시민의식이 부족하거나 그러한 정신이 들 수 없게 만들어 가는 사회현실에 의해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조상이 영양결핍으로 나라를 빼앗겼다면 지금은 자칫 영양과잉으로 그러한 일을 자초할지도 모릅니다. 손과 발이 그 험한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천하고 못 배워서가 아닙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먹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입과 소화기관이 나름 열심히 일을 해서 그 영양분을 골고루 나누어 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신체 각 부위가 자기 일을 사심 없이 열심히 하는 것이지요. 그래야, 건강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몸에 좋은 것을 먹기만 하면 면역력이 강해지나요? 무기와 군인만 있으면 방어력이 강해지나요? 광복군 창설일을 맞이해서, 우리 스스로 개인과 사회 그리고 나라의 정기를 키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건전한 삶을 가꾸고 나쁜 기운이 스스로 물러나게 해야겠습니다./허기회 청담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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