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은 6·25전쟁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비명의 날이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 그 때의 원통함을 기억해주고 원혼을 위로하고자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는 꽃다운 나이에 대한민국 땅에서 비참하게 숨져간 그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추모비라는 문패를 달고 외롭게 서있었다.
61년 전, 왜관읍 자고산 303전투에서 한국군 지원부대를 기다리던 미1기병사단 미군들이 접근해오는 북한군을 한국군으로 오인, 방심한 상태에서 포로가 됐다. 낙동강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시기에 미군들의 반격으로 북한군을 압박해오자 미군포로들을 앞세워 낙동강 건너로 복귀를 시도하려던 북한군은 미군포로들에게 군화를 벗게 하고 그 군화 끈으로 그들의 손을 묶었다.
이에 반항하는 미군들은 즉석에서 살해됐고 굶주림에 지친 미군포로들은 303고지 아래로 끌려가 모두 무차별적으로 살해됐고, 권총으로 확인사살까지 했다고 한다. 당시 303고지 아래 계곡에는 순식간에 총성과 피범벅의 비명소리가 하늘과 땅을 울렸다. 이 때 45명의 포로 중 41명이 학살됐다.(일부 증언은 40명)
이 처참한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맨링(당시 18세) 미군병사는 노병이 되어 한국을 찾아 당시 비참했던 현장을 증언했고, 바로 이 자리에 칠곡군과 6·25참전유공자회 칠곡군지회(회장 이현시)가 추모비를 세운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과 발길이 가기는 쉽지가 않아 평소 소홀한 관리로 추모비 주위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고 잡초가 무성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민주평통 칠곡군협의회(회장 장영백)에서는 주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국가통일안보와 한미우호증진을 위해 미군들과 함께 매년 8월 17일, 추모행사를 갖기로 하고 이날 첫번째 소박한 추모비 헌화식을 가졌다.
장영백 회장은 지역현안문제로 미 대사관 회의에 참석했고, 장병렬 부회장과 유승자 여성분과위원장, 이날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한 송인태 교육홍보분과위원장 등이 참가했다. 미군측에서는 6병기대대 84병기중대 소속 테일러 대위와 맥스웰 중사, 잭슨병장을 비롯한 11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