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30년전 왜관 미군기지 캠프캐럴 화학물질을 미국 유타주로 옮겨 처리했다고 밝혔으나 관련 기록과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공동조사단 미군측 단장 버치마이어 주한미군사령부 공병참모부장(대령)은 9일 칠곡군청 제1회의실에서 한미공동조사 중간결과 발표에서 "미군이 1978∼1979년 캠프캐럴에서 사용한 농약이나 솔벤트, 제초제 등 화학물질을 1981년 미국 유타주로 옮겨 처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버치마이어 단장은 "미군 관련 종사자와 관계자 170여명을 인터뷰하고 한국과 미국의 약20개 기관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당시 드럼처럼 생긴 특수 컨테이너 800개를 미국 본토에 주문했고 이를 포장한 기록이 있다"며 "드럼 크기는 통상 사용하는 55갤런보다 큰 것이고 통상 폐기물은 특수컨테이너를 사용해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미군 제임스 헤밀턴 캠프캐럴 공병대장은 지난 5월 23일 기지내 브리핑을 통해 "(캠프캐럴) 41구역에 있던 오염물질을 (헬기장 인근)D구역으로 옮겨 매립했다. 1980년에 다시 40∼60톤의 물질들을 정상적으로 반출해 처리했다"고 밝혔다.
버치마이어 단장이 밝힌 800개 컨테이너 모두를 오염물질 처리에 사용했다면 미국 유타주 처리용량은 40∼60톤에 비해 훨씬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버치마이어 단장은 이어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캠프캐럴에 있던 화학물질을 바다를 통해 유타주로 옮겨 처리한 것으로 추정되나 1981년 처리한 화학물질에 고엽제가 포함돼 있다는 증언이나 기록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170명의 인터뷰도 승인 절차를 거쳐 가능하다면 내용을 공개하겠다"며 "자세한 기록이 있었다면 조사가 쉬웠고 확대되지 않았을 텐데 많은 사람과 기관을 조사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본지 이성원 편집국장은 이에 대해 "당초 오염물질 이전과 관련한 자료가 없어 어디로 옮겨 처리했는지 모른다고 하다가 이제야 유타주에 처리했다고 하는 것은 확실한 근거자료에 의거해 그렇게 발표한 것 같은데 어디에 근거를 했는지, (앞으로 밝혀야 할) 관련 자료와 기록은 어디에 보관돼 있고 보관기간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버치마이어 단장은 모른다고 답변했다.
한편, 한미 공동조사단은 이날 칠곡군청에서 가진 기자브리핑을 통해 지난 7월 방한한 스티브 하우스씨가 고엽제 드럼통 매립 지역으로 지목한 헬기장 남쪽 경사지에 대한 지구 물리탐사에서는 (금속성) 드럼통 매립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혀다.
또 캠프캐럴 내외부 지하수에서 고엽제 관련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으나 환경부는 캠프캐롤 지하수에서 검출된 성분이 고엽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옥곤 한국측 조사단은 "(기지내 화학물질 창고가 있던) 41구역 내 지하수 관측정 5개소에 대한 한미 양측 수질조사 결과 고엽제 성분인 2, 4, 5-T가 0.161㎍/ℓ 가량 검출됐다"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9㎍/ℓ)의 50분의1 정도로 인체에는 무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측 조사에서는 고엽제 성분인 2, 4, 5-T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신뢰성 문제가 제기됐다.
미군기지 외부 지하수의 경우 41구역 주변 지하수 관측정 6개소와 기지 인근 지하수 이용관정 10개소에 대한 조사 결과, 1개 관정에서 2, 4-D와 2, 4, 5-T가 정량한계 수준의 극미량(0.00088㎍/ℓ, 0.00178㎍/ℓ)이 나왔지만, 먹는 물 기준(2, 4-D:30㎍/ℓ, 2, 4, 5-T:9㎍/ℓ)의 3만분의1, 9000분의1 수준으로 조사됐다.
또 41구역과 기지 외부 일부에서는 고엽제 성분 외에 발암성 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이 세계보건기구(WHO) 먹는 물 기준을 초과했다.
기지 내외부 지하수에서 미량이지만 고엽제 성분이 처음으로 검출, 앞으로 발표될 토양조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공동조사단은 "기지 내부 83곳에서 채취한 토양 샘플 분석 결과는 9월말이나 10월초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캠프캐럴 인근 1개 관정에서 1차조사때 2,4-D와 2,4,5-T가 극미량 검출된 위치는 41구역 부근이 아닌 미군기지 북쪽 왜관읍 석전리며, 재조사시 검출되지 않았다고 9일 반박했다.
환경부는 이번 한미 공동조사단 조사결과 41구역 지하수 1개 관정에서 검출된 2,4,5-T가 단순히 고엽제 성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41구역은 지난 1978년 전까지 제초제·유기용제 등 다양한 화학물질을 보관했던 구역이며, 미국 등 세계적으로 2,4,5-T성분이 포함된 상업용 제초제가 일반적으로 사용됐기에 고엽제가 아닌 일반 제초제에 의한 영향 가능성도 있다"며 "보다 정확한 규명을 위해 재조사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