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 캠프캐럴에 고엽제 드럼통이 매립됐다고 증언한 전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54) 씨가 27일 자신이 근무했던 이곳 미군기지를 찾아 고엽제 매립 장소가 부대내 헬기장 비탈지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이곳은 한미공동조사단이 그동안 매몰지로 추정하고 지표투과레이더(GPR)와 전기비저항탐사(ER)에 마그네틱탐사 등의 방법으로 조사를 벌여온 헬기장 일원 등에서 제외돼 있어 추가조사를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하우스씨는 이날 공동조사단, 민주당-민주노동당 의원, 이인기(한나라당)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등과 함께 미군기지를 방문, 헬기장에서 칠곡군교육문화회관 방향의 경사지(헬기장과 인접한 헬기장 높이의 지대가 끝나는 잔디 비탈면)에 고엽제를 묻었다고 밝혔다.
하우스씨는 33년전 매립 당시와는 현재 미군기지 지형과 풍경이 많이 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이곳 경사지를 지목해 그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지만 정확한 진상은 앞으로 한미공동조사단의 토양 채취 등을 통한 광범위한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확연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하우스씨는 미군기지 현장확인 후 임진강 고엽제 무단 방류 사실을 폭로 전 주한미군 대위 필 스튜어트씨와 함께 이날 칠곡군 강당에 마련된 주민간담회에 참석했다.
하우스씨는 미군기지 현장과 간담회에서 "(3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많이 변했지만 당시 찍은 사진과 풍경을 대조, 고엽제를 묻은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며 "내가 직접 문서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매립에 대해 기록해 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초 지목한 D구역은 냄새가 났고 주변에서 생물이 죽어 우려가 크다고 미군측에 얘기했다"며 "예전에는 지금 경사보다 완만했고, 포크레인으로 굴려서 드럼통을 묻었으며 그 과정에서 드럼통이 깨지고 액체가 흘러나오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하우스씨가 고엽제 드럼통이 매립된 곳으로 지목한 이곳 경사지(규모는 깊이 6m∼9m, 폭 5.5m, 길이 축구장 정도)는 성토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우스씨는 주민들과 국민들에게 사과발언을 할 때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하고 괴로움을 표시했다. 스튜어트씨는 상부 명령에 의해 저지른 일에 대해 사과했고, 미군이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을 묻었으며, 어떤 방법으로 버렸는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공동조사단은 당초 하우스씨가 지적한 곳을 바탕으로 조사를 했으나 그가 현장에서 새로운 곳(경사지)을 지목해 이곳 토양을 시료로 채취해 조사키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민들은 "하우스씨가 미군기지에서 지목한 매립장소를 직접 파헤쳐 정확한 진상규명을 하자"고 촉구한데 이어 간담회 참석 국회의원들에게 특별법 제정과 국정조사를 건의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민주당, 민노당, 주한미군 고엽제 등 환경범죄 진상규명과 원상회복촉구 국민대책회의,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대표 백현국), 캠프캐럴 고엽제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회장 장영백) 공동주최로 열렸으며,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이미경 의원, 민주노동당 김선동- 홍희덕 의원,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장세호 칠곡군수, 곽경호 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군의원, 송필각-김희원 도의원,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