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매립 주장으로 말썽이 되고 있는 왜관 캠프캐럴 주변에서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지하수에서는 고엽제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고 하천수에서만 극미량의 다이옥신이 발견, 일단 인근 주민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지역민과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은 이번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밀 재조사를 촉구했다.
한미공동조사단 위원장(한국측)인 옥곤 부경대 교수는 16일 오전 공동조사단 미국측 위원장인 버치마이어 대령과 장세호 군수, 환경부 관계공무원, 시민-환경단체 관계자, 지역주민, 취재진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칠곡군청 3층 강당에서 가진 언론브리핑을 통해 `캠프캐럴 주변지역 지하수 및 하천 수질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옥곤 위원장은 "캠프캐럴 미군기지 주변 반경 2㎞ 이내의 지하수 10곳과 하천수 6곳에 대해 먹는 물 수질 기준(58개)을 포함해 총154개 항목을 분석한 결과, 지하수와 하천수 양쪽 모두에서 고엽제의 주성분인 `2,4-D`와 `2,4,5-T` 두 가지 화학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하천수 6곳 중 3곳에서 채취된 시료에서 고엽제의 불순물인 다이옥신이 0.001∼0.010 pg-TEQ/ℓ 농도로 검출됐는데, 이는 미 환경보호청(EPA) 음용수 기준보다 3000분의1∼3만분의1에 불과한 수준이고, 최근 왜관 지역의 기존 조사결과 평균(0.070 pg-TEQ/ℓ)과 비교해도 7분의1에서 70분의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옥곤 위원장은 "하천수에서 다이옥신이 극미량 검출된 것이 캠프캐럴 기지내 오염으로 인한 것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며 "현재 기지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그 연계성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설명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측은 지하수 10곳 중 3곳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나 대장균 등 수질오염이 발견됐지만 고엽제와는 무관한 것들이다.
3곳의 지하수 관정에서는 다이옥신 이외의 일부 오염물질이 수질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땅속 110m 깊이의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왜관리 M아파트에서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항목인 테트라클로로에텐(PCE) 기준치를 초과했다.
캠프캐럴 41구역(화학물질 보관창고)과 담장과 도로 등을 사이에 두고 약 200m 떨어져 있는 이 아파트 99가구 주민 300여명은 지난 1992년부터 약 20년간 이 지하수를 먹고 있어 이들의 건강 영향조사가 요구된다. 칠곡군은 최근 M아파트의 광역상수도 전환공사를 시작했다.
칠곡군교육문화회관의 민방위 비상급수 시설로 뚫은 관정은 일반세균과 총대장균이 기준을 넘었고, 왜관리 생활·비음용 관정은 수소이온농도(pH) 기준을 초과했다.
중요한 것은 캠프캐럴 기지내에서 미군측 주관으로 채취한 지하수 시료의 검사결과가 남아있는 만큼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군측이 시료를 본국에 보내 실시하는 정밀검사 결과판독이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캠프캐럴 기지내 지중 탐사에서 포착된 이상징후의 분석 결과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공동조사단은 고엽제 매몰지로 지목된 기지내 헬기장 땅 속에서 고엽제 드럼통과 같은 금속물질 검출이 가능한 마그네틱 탐사에서는 별다른 특징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땅 속 토양상태를 파악하는 지표투과레이더(GPR)와 전기비저항검사(ER)에서는 일부 지점의 밀도 차이 등 이상한 점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는 다음주까지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군청 강당에서 지역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미군기지 주변지역 수질 조사결과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은 이번 수질검사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구경북녹색연합 관계자는 지하수를 조사할 때 수도꼭지를 틀어서 물을 받았는데 그런 식으로 해서는 제대로 수질을 분석하기 어렵고 처음부터 새로운 관정을 뚫어 지하수를 조사해야 했다"며 "미군측이 시간을 끌며 국민 관심에서 멀어지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왜관읍 매원리에 사는 이동진씨는 "다이옥신이 물에 녹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토양조사를 먼저하지 하지 않고 수질검사부터 했느냐"고 따졌다.
이효석(왜관읍 매원리) 칠곡군이장연합회장은 "주민들은 기지내 고엽제 드럼통이 있는지 없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며 "이같이 수질검사 결과보다 고엽제 매립 여부가 더 중요한 만큼 이를 하루속히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한미공동조사단 옥곤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일상적으로 흙을 먹는 사람은 없고, 물을 식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수질검사부터 했다"며 "다이옥신은 물에 잘 녹지 않지만 수돗물이나 빗물을 받아 놓으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성분이 검출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