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오전 5시30분쯤 구미시 해평면 낙동강 해평취수원에서 취수용 보가 유실되면서 구미, 김천, 칠곡 등 17만 가구에 상수돗물 공급이 중단, 12일 뒤늦게 수돗물공급이 완전 재개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해평취수장으로 낙동강물이 유입되도록 설치된 임시보(가물막이)가 붕괴되면서 오전 7시30분부터 생활용수와 구미국가산업단지 공업용수 공급이 중단됐다.
이곳 임시보는 시트파일(sheet pile)을 강바닥에 박아 만들어졌고, 사고가 난 해평취수원은 낙동강살리기 28공구와 인접해 있다.
수돗물 중단에 따라 칠곡군 7개 읍·면(동명면·지천면 낙산리 제외) 4만7천가구 11만6천명과 구미시 27개 전 읍·면·동 15만9천가구 40만8천명, 김천시 아포읍 3천500가구 8천500여명 등 모두 21만가구 53만여명의 주민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다. 또 구미국가산업단지 2∼4단지 기업체들이 공장 가동 등에 큰 피해를 입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사고가 나자 지난 9일 포크레인, 불도저, 덤프트럭, 대형크레인 등을 동원해 긴급복구에 나섰다. 그러나 유실된 임시보 복구를 위해 이들 중장비가 들어갈 길이 250∼300m 임시 진입로를 개설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데다 증가한 유량-유속 때문에 복구가 지체, 수돗물 공급재개가 늦어졌다.
특히, 이번 수돗물 중단사태을 가져온 임시보 붕괴는 광역취수장 취수를 위한 가물막이를 낙동강사업 준설공사를 감안, 15m 이상의 시트파일을 사용해야 하는데도 절반 길이인 6∼6.5m 파일을 박아 화를 자초했다고 토목전문가는 지적했다.
그는 "애당초 높이 13m 짜리를 강바닥에 박아야 낙동강 수면 아래 있는 암(바위)까지 파일이 고정, 급물살에도 파일 보가 유실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칠곡교육지원청 관할 초·중·고교 가운데 왜관초교, 왜관동부초교, 왜관중앙초교, 순심중, 순심여중, 장곡중 등 상당수 학교가 수돗물 중단으로 점심 급식이 되지 않아 지난 9일 임시 오전수업을 했고, 13개교(대교초교 등 7개초교, 왜관중 등 6개 중학교)는 학기초에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이날을 재량 휴업일로 정해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았다.
식당 업주 등은 이날 어버이날 특수로 손님들이 붐볐으나 물이 나오지 않아 제대로 장사를 하지 못한데 따른 손해 및 기업체 가동중단 등에 따른 손실은 누가 보상해 주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반면 단수로 세수도 하지 못한 주민들이 목욕탕으로 몰리는 바람에 대중사우나, 생수, 물통 업주는 웃음을 지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소방당국은 비상급수 차량을 칠곡지역 등으로 운행하면서 물을 긴급공급했다. 주민들은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자 칠곡군교육문화회관과 왜관소공원, 도개온천 등에서 지하수를 물통에 받아갔고, 일부는 왜관 흥국사 약수터 등을 이용하기도 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양수기를 동원해 이곳 낙동강물을 해평취수장으로 퍼 올렸지만 구미지역 일부 가구에만 물이 공급, 칠곡지역 등 20만여가구에 수돗물이 도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왜관읍 왜관리의 경우 10일 오전 1시가 지나서야 물공급이 정상화됐고, 석적읍 중리를 비롯한 고지대와 저수조 용량이 적은 아파트 및 저수조가 없는 빌라·상가 2층 이상 건물에 거주하는 일부 가구에는 11일 오후가 돼서야 수돗물을 공급받았다. 완전 정상화는 12일 오전 이뤄져 주민들의 고통과 불만이 극도에 달했다.
한편,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지난 10일부터 구미시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단수 피해보상을 청구하자는 서명운동을 시작해 22일 현재 4500명을 훌쩍 넘겼다.
구미시는 최근 구미와 김천, 칠곡 일대에 수돗물 공급 중단을 일으킨 낙동강 해평취수원의 임시 물막이 붕괴가 인재로 속속 드러나자 감사원에 한국수자원공사의 업무 전반을 감사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