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존슨 주한 미8군사령관(중장)이 9일 칠곡군청 강당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등에서 왜관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주장과 관련, 공식사과를 하고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한 미8군을 총괄하고 한미연합사령부 참모장을 겸하는 8군사령관이 미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기초자치단체를 찾아 이같이 공식사과한 것은 이례적이다. 존슨 사령관은 이날 오전 칠곡군청 제1회의실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 장세호 칠곡군수, 신경수 국방부 국방정책차장(준장) 등과 가진 연석회의에서 "지역민들에게 고엽제 의혹 우려를 낳은 점에 사과드린다"며 "현재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주한 미군 부대나 미국 현지 환경 전문가들을 소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군수는 "1992년 미 공병대 보고서와 2004년 삼성물산 보고서를 칠곡 지역민들에게 공개해 달라"며 "복잡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벗어던지고 도의적이고 인도적인 차원의 협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존슨 사령관은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와 협의해 칠곡군에도 관련 정보가 전달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지역 리더들을 조사 현장에 계속 초청해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 의혹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관용 도지사는 "미군 측이 최근 한미 공동조사단 구성 이후 기지내 조사 방법과 속도 면에서 주민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 불안 해소 등을 위해 투명하고 신속하게 조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경수 국방정책차장은 이어 "국방부,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가 참여하는 정부 합동지원반을 구성하고, 총리실 고엽제 태스크포스에 경북도와 칠곡군을 참여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차장은 "어제 공동조사단 회의에서 전기 자기 방식의 최첨단 장비를 추가 투입하고 토양을 채취해 오염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이인기) 고흥길-김소남-박대해-안경률-임동규-문학진-장세환 의원, 이종배 행정안전부 2차관 및 김관용 도지사, 장세호 군수 등은 이날 오후 2시 캠프캐럴에 고엽제 등이 매립된 것으로 지목된 헬기장과 헬기장 바로 옆 D구역을 방문, 현지 조사진행 상황 등을 확인했다. 한미 공동조사단은 이날 "미군기지 내부 최종 조사결과는 공동조사단과 SOFA 환경분과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7월말에 발표할 계획"이라며 "기지내 조사에 이용하고 있는 지표투과레이더(GPR)와 전기비저항탐사(ER)에 마그네틱탐사 방법을 새로 추가해 11,12일 헬기장을 조사한 뒤 D구역과 41구역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인기 위원장을 비롯한 상당수 주민들이 "매립지로 지목된 장소를 직접 파서 시추 조사를 해달라"는 주문에 대해서는 드럼통 훼손으로 인한 2차 환경오염 우려와 이에 따른 작업자 피폭 등 안전문제를 앞세워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사단은 기지 주변 지하수와 하천수에 대한 분석결과는 지역민의 건강과 직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할 계획이며, 토양시료는 분석기간이 오래 걸려 오는 7월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인기 위원장은 이날 미군기지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표투과레이더(GPR)는 일부 지역만 할 게 아니라 헬기장과 D구역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기 위원장은 이어 이날 오후 3시 30분 칠곡군청 강당에서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엽제 매립의혹 관련 주민의견 청취를 위한 간담회`를 주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장세호 군수, 공원식 경북도 정무부지사, 곽경호 군의회 의장, 송필각 도의회 부의장, 이현시 칠곡군한미친선위원회장, 김종필 성베네딕트수도회 왜관수도원장, 장규석 농협중앙회 칠곡군지부장, 장영백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장, 김하연 칠곡군 농업경영인회장, 이효석 이장협의회 칠곡군지부장, 문정래 칠곡군 생활개선회장 등이 패널리스트로 참석했다. 또 캠프캐럴 헬기장 일대를 답사했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함께 참석, 이들의 질문에 답변했으나 뚜렷한 공동해결 방안은 찾지 못했다. 장영백 회장은 "지난 5월 19일 고엽제 매립 증언 후 지역민들은 엄청난 정신적 고통과 물질적 피해를 입고 있다"며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제한을 초월해 지금까지 증언으로 나온 매립 장소를 직접 발굴해 의혹을 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김하연 회장은 "과거 삼성물산 보고서 등에 오염물질 매립 사실이 쓰여 있었다고 하는데 당시 이를 막지 않고 일이 터진 뒤 대처하는 정부에 불신이 크다"며 "국민의 생명과 주권이 달려 있는 문제인 만큼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조사 절차와 결과를 수시로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효석 지부장은 "환경부장관과 특임장관 등이 이곳을 왔다갔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게 뭐가 있나"며 "주민생존권이 달려 있는 만큼 의례적으로 할 게 아니라 조사단에 주민이 추천하는 민간인을 참여시켜야 주민들의 불신이 해소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필 왜관수도원장은 "이번 고엽제 사태는 공정한 삶의 터전, 생명의 문제, 정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진상 규명 방안을 분명히 제시하고,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보건당국은 미군부대 주변에 대한 역학조사에 당장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호 군수는 이날 오후 5시 30분 역시 군청 대강당에서 존슨 미8군사령관과 데이비드 폭스 미8군 기지관리사령관(준장), 신경수 국방부 국방정책차장, 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존슨 사령관은 이 자리에서도 가장 먼저 "지역과 주민의 건강에 우려와 영향을 끼친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공식사과했다. 장군수는 "지역에서는 지금 조사에 대해 요약하면 `못믿겠다` `궁금하다` `걱정이다` `답답하다`로 압축할 수 있다"며 "미군측에서 이같은 지역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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