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 신발∼ 디자인이 너무 별로예요.”
“와∼! 여보 이 아파트 심플하게 넘 잘 빠졌다.”
“야∼! 이 자동차 바닥에 좍∼ 깔리네. 디자인 멋지다.”
이렇듯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디자인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질 않는다. 딸아이의 작은 머리핀을 고를 때도, 휴대폰을 고를 때도 기능보단 디자인을 따지고, 밥을 먹으러 갈 때도 인테리어 디자인이 잘된 식당을 선호하고, 제법 값이 나가는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큰 재산인 아파트를 구매할 때도 여지없이 디자인이 중요한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사람들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으나 누구나 나름의 아름다움의 기준과 디자인에 대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또, 몇 년 전부터 우리는 국가적으로도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MB정부는 ‘디자인 코리아’를 선언하였고 서울은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이 되어 여러 가지 국제적인 디자인 행사를 열고 있고 ‘디자인위원회’도 생겼다. 지자체마다 공공디자인을 도입하여 거리를 다듬고 도시 미관을 정비한다. 또 국가미래의 성장 동력의 한 축을 디자인에도 역점을 두어 초등교육에도 디자인 창의학습교육이 도입되었다.
왜 우리는 생활 속에서 디자인이란 말을 많이 사용하며 누구나 디자인을 논할까? 인류사적으로 인간은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경우에는 생활 속 사치와 문화적 찬란함을 이루었다. 이는 미적 욕구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인간 본성의 발로일 것이다.
우선 디자인의 개념을 살펴보자. 디자인의 정의는 다음의 두 가지 어원적 유래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 어원은 15∼16세기 불어의 `데셍(Desseing)`과 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라틴어 `데세그노(Desegno)`로서, 이 두 단어의 뜻은 `계획, 의도, 목적, 모델, 그림`을 의미했다. 사전적으로 디자인의 현대적인 의미는 마음에서 인식되고 후속적인 실행을 위해 의도된 계획 또는 목적에 대한 수단의 채택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의 생활에 있어서 실용적이고 미적인 조형(造形)을 계획하고 그것을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의장, 도안, 계획 및 설계, 구상, 착안 등의 넓은 의미의 총체적 조형계획을 말한다.
예컨대, 도시디자인을 보자면 4세기경 전성기의 로마제국은 힘과 부가 커짐에 따라 로마의 인구는 증가하였고 성장과 더불어 필요한 물을 끌어오기 위해 거대한 상, 하수도관 건설하였다. 수많은 궁전과 의사당, 법원, 신전, 원형극장, 공중목욕탕, 시민들의 광장, 28개의 도서관, 254개의 제과점, 8층 높이의 아파트 기타 공공건물이 들어서서 도시의 행정과 시민생활의 중심지로 이용되었고 도시의 성장에 따라 대량수송이 필요하였기에 로마를 중심으로 폭이 넓고 잘 포장된 도로가 전 영토로 뻗어 있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러한 도시계획과 디자인은 현대에 와서도 교과서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황금의 나라 통일신라시대의 아름다운 사치와 문화적 우수함은 어디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신라는 이웃 일본에서도 ‘금의 나라’로 불릴 만큼 금, 은제품으로 국제적 명성을 떨친 나라다. 특히 마립간은 황금에 주목하여 이를 통해 지배계급의 권위를 표현했다. 이들은 마립간(麻立干)을 중심으로 일정 범위 안의 왕족은 황금제 장신구로 꾸민 복식을 착용하였다. 방계(傍系)의 왕족과 지방의 전통 족장 세력은 금동, 또는 은으로 꾸민 복식과 유리그릇 등 진귀한 공예품들은 바로 그런 권력과 위계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이 위계의 속에도 차별화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심리학적 욕구가 내포되어 있다. 강한국가의 넓은 영토는 왕조시대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근원이었으며 시민들의 찬란한 문화의 향유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은 국제적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디자인 강국이다. 학창시절 가방 속 필기구 중 예쁘다는 이유로 일본제 필기구를 가져 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또 우리의 가정 내에 깜직하고 디자인 틱 한 일본제 물건이 없다고 자신할 사람이 과연 몇이겠는가?
그럼 우리가 쉽게 접하는 생활 속의 사례를 살펴보자. 올해 125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인의 음료 코카콜라 컨투어(Contour/곡선형)병에도 디자인적 비밀이 숨어 있다. 1800년대 당시 콜라병은 밋밋한 일자형 병으로 생산되었으나 1925년부터 현재의 병 모습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허리가 잘록한 병 타입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 컨투어 병은 당시 시중에 코카콜라의 유사품이 많이 등장해 고심 끝에 차별화를 위하여 코코넛 열매의 흐르는 듯한 세로선에서 착안을 해 독특한 모양으로 만들어 내게 된다. 깨진 파편의 유선형만으로도 자사의 제품을 알 수 있는 콜라병은 1960년 미국의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이 되면서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독창적이고 차별화되었으며 세계인이 공유하는 디자인이 되었다. 아름다운 여성의 허리선을 차용하여 디자인에 접목하였다는 여담이 있기도 하다.
생활 속 밀폐용기 락앤락(Lock&Lock)은 기능성 밀폐용기로 잠그고 또 잠근다는 의미의 사방 결착 방식을 상용화 하였다. 국내보다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먼저 인정받은 제품으로 주방용품으로서의 기능을 먼저 고려한 제품이다. 이어 국내 홈쇼핑에서 2001년, 2002년, 2003년 3년 연속 "Best of the Best"로 선정될 만큼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현재에도 홈쇼핑 업계에서 최장기 기록을 가진 인기상품이다. 락앤락은 기능적 측면의 디자인이 탁월하다. 음식물의 신선도를 결정하는 필수조건이 밀폐기능이기 때문에 액체, 수분, 냄새를 철저히 차단시켰으며, 투명성을 강조하여 내용물을 잘 보이게 함으로서 주부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어린이들의 친구 뽀로로(Pororo)는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인 펭귄 캐릭터로서 `뽀로로`는 대한민국이 고향이다.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에 출연, 2004년 프랑스 최대 공중파 채널 TF1에서 51%라는 기록적인 시청률로 대박을 터뜨렸다. 영국, 이탈리아, 남미, 중국에 이어 일본 등에도 진출하였으며 프랑스계의 세계적 리조트 업체인 `클럽메드(Clubmed)`는 발리, 푸켓, 빈탄 등에서 `뽀로로`를 이용한 어린이 캠프를 열기도 했다. 전 세계 100여 개국에 4,000억 원 이상을 수출한 철저한 글로벌 전략에 3D 그래픽디자인 등 쾌거일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 속 컴퓨터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폰(iPhone)으로 전 세계를 흔들어 놓은 애플사의 CEO ‘스티브잡스’는 1990년대 초 컴퓨터가 개인용으로 보급되기 막 시작한 시기에 “더 좋은 기능과 더 좋은 사양이면 되지 디자인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라고 하던 둔탁한 박스형 PC시장에 예쁜 컴퓨터 아이맥(iMac)을 선보여 엄청난 히트를 하였다. 그 이후 청소년들이 미치도록 가지고 싶어 하였던 MP3인 아이팟(iPod), 세계인을 유혹한 아이폰, 도시맨의 파트너 아이패드(iPad)로 이어진다.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절제된 초감각적인 디자인 대박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디자인은 단순히 모양의 표현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바꾸고 꿈과 창조적인 미래발전의 대안이면서 미래를 설계하고 가꾸어나가는 원동력이며 에너지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영역에서 미래의 가치를 창조하는 생활 속 디자이너가 될 필요가 있다.
혹자가 말하기를 "디자인이 밥 먹여 주나?"라고 묻는다.
"네∼밥 많이 먹여 줍니다. 하하하∼"
/권영수 조형예술학박사·한국디자인개발연구소장 akys417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