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는 29일 오후 한국진보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야4당과 함께 왜관역 광장에서 600여명이 찹석한 가운데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왜관 캠프캐럴 담장과 80m 정도 떨어져 있는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신부 20여명이 검은 수도복을 입고 진상조사를 촉구, 눈길을 끌었다. 또 `새 시대 예술인 연합`은 미군지기 고엽제로 인한 수질오염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벌여 시선을 모았다.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위원장은 "1978년 캠프캐럴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사실이 한국정부도 미군도 아닌, 퇴역 미군병사의 폭로로 30년이 지나서 드러났다"며 "정부와 미군이 빠르게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그 대책은 진상규명이 아니라 진실은폐로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미군기지내 헬기장 즉각 파헤쳐 고엽제가 묻혀 있는지, 얼마나 유출됐는지를 명백하게 밝히고 그 이후에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며 "전국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전수조사와 SOFA 전면 재개정 및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베네딕도 왜관수도원 고진석 신부는 "수도원에서는 이번 사태를 정의와 생명, 평화의 차원에서 보고 있다"며 "캠프캐럴은 한미협정에 의해 미군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조상들이 물려준 것이며 하나님이 준 삼라만상의 하나인 만큼 고엽제를 매립하고 땅을 오염시킨 것에 수도원 공동체는 분노하고 있다. 미군은 오염된 땅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위 참석자들은 왜관역에서 캠프캐럴 후문까지 시가행진을 한 뒤 항의서한을 미군 측에 전달하고, 칠곡군청에 다시 모인 후 왜관수도원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왜관지역 일부 주민-사회단체는 현수막을 내걸고, 외부에서 와서 이같이 항의집회 등을 여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다음은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이사악 신부가 이날 왜관역 광장에서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우리 수도공동체는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을 세 가지 관점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는 이 사태를 정의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이것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정의입니다. 캠프 캐롤은 한미 협정에 의해 미군이 점유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 조상들이 물러준 땅이고 더 나아가서 하느님께 창조하신 삼라만상의 일부입니다. 그러므로 그네들 마음대로 더럽혀서는 안 되는 땅인 것입니다. 더욱이 정의의 사도라 자처하며 국제사회에 군림하는 미국이 우리가 뻔히 보이는 곳에서 저지른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행위에 우리는 분노합니다. 고엽제로 더렵혀진 미군기지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우리가 돌려받아 삶의 터전으로 삼아야 할 땅임을 미국정부와 우리정부 그리고 지역주민들에게 상기시켜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수도공동체는 이 사태를 생명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엽제로 표현되는 반생명 문화를 직시합니다. 고엽제 성분 중에 하나인 다이옥신이 지닌 맹독성에 가슴이 섬뜩해집니다. 2003년 미국 콜럼비아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80그램의 다이옥신을 식수에 희석하는 것만으로 8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하나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엽제는 이데올로기 대립의 극치였던 베트남전이 낳은 사생아입니다. 고엽제에는 자신과 대립하는 모든 가치와 신념 심지어 존재까지도 인정하지 않고, 말살해버리려는 인간의 원초적인 폭력성이 숨어있습니다.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고자 노력하는 우리들은 대립과 분열의 부산물인 고엽제가 구시대의 유물로써 영원히 폐기처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고엽제의 맹독성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었거나, 앞으로 입게 될 수많은 약자들과 자연생태계의 고통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우리 수도공동체는 이 사태를 평화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무관심했던 미군기지의 존재가 이번 사태로 확실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담을 같이 한 이웃이자 또한 피난시절부터 우리 수도공동체를 많이 도와주었던 미군들이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이에 이 땅에 주둔한 미군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고려해 볼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평화가 무력에 의해서 이루어질까? 갈등과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폭력과 무력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최선의 방식이 아닙니다. 폭력과 무력에 의해 이룩되는 평화는 불완전합니다. 평화란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평화란 정의에 바탕을 두고, 생명으로 결실을 맺습니다. 우리 교회와 공동체는 평화를 빌미삼아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무력과 폭력을 확고하게 배격합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이 땅에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무력과 폭력을 제외한 다른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보고, 최선의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 협력을 아끼지 말 것을 모든 이들에게 촉구합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이런 심각한 사태를 처리하는 미국과 한국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실망합니다. 캠프 캐롤 영내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증언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납득할만한 조사는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객관적이고 직접적인 조사를 요구합니다. 수질검사나 토양검사 같은 간접적인 방식으로는 의혹을 풀 수 없습니다. 증언자들이 제시한 장소를 발굴하여 무엇이 묻혀있는지 밝혀야 합니다. 또한 조사결과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누가 보아도 신뢰할 수 있는 민간인 조사단 참가해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침묵과 봉쇄를 깨고 나온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기를 촉구합니다. 비록 인간의 눈과 귀는 속일 수 있을 지라도, 모든 것을 샅샅이 살피시는 하느님은 진실을 알고 계십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이 사태를 처리하기를 바랍니다. 진실을 외면하거나 은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밝히고 원래 그대로 되돌려 놓기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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