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있어 수면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과정으로서 체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뚱뚱한 사람은 많은 충전량을 필요로 하여 잠이 많고, 마른 체형은 조금만 충전해도 되기 때문에 잠이 적다. 이렇게 체질에 따라 필요한 수면량이 충족되지 못하면 충전이 덜된 기계처럼 인간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와 같이 수면은 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충분하고 깊은 잠을 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잠을 자고 일어나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 문: 아침에 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가 않고, 몸이 무겁고 피곤하며, 각종검사를 해 보아도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혹시 잠자는 방식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답: 반듯하게 누워 자는 사람, 새우처럼 측면으로 구부리고 자는 사람, 엎드려서 자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으로 잠을 자게 됩니다. 사람은 낮에는 폐와 피부로 호흡하고 밤에는 대장으로 숨을 쉽니다. 새우처럼 구부리고 자는 자세는 대장의 호흡을 도와줍니다. "누울 때 몸을 옆으로 하고 무릎을 구부리면 심기를 보익하고 잠을 깨어서는 다리를 바로 뻗으면 정신이 흩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허약한 사람이나 심장이 특히 약한 사람은 반드시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잠잘 때는 불을 끄고 자야 신이 안정되고 건강에도 좋은 것입니다. 간혹 어린아이 중에는 불을 끄면 무서워서 잠을 자지 못하는 아이가 있는데, 이것은 담이 허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담이 허한 어린이는 두통을 호소하고, 툭하면 고열을 동반한 감기와 편도선염에 잘 거리며 목에서 그렁그렁 가래소리가 들리고 손톱이 얇아서 잘 제껴집니다. 또한 오전에 더욱 피곤한 것은 양허한 증상의 일종이며 익위승양탕, 보중익기탕, 녹용대보탕 등을 복용하면 좋고, 오후에 더욱 피곤한 것은 음허한 탓이며 사물탕, 보음익기전, 대조환 등이 좋은 약입니다. (2)낮에는 졸고 밤에는 잠이 안온다 문: 60세의 할머니입니다. 1년 전부터 낮에는 앉기만 하면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조는데, 막상 밤이 되어서 잠을 자려먼 잠이 오질 않아, 정말로 고통스럽습니다. 산조인이 좋다고 해서 이것을 볶아 차처럼 달여 복용해 보았으나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답: 물론 산조인이라는 약재는 잠을 오게 하는 작용이 있기는 하나, 그 약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따로 있습니다. 할머니의 경우에는 노쇠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 노인들의 경우 낮에 졸리면 잠시 낮잠을 자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저녁에 잠을 자기 위해 억지로 낮잠을 자지 않게 되면 기운을 잃어 밤에 더욱 잠을 이룰 수 없게 됩니다. 육군자탕에 황기, 산조인을 넣어서 쓰면 효과가 무척 좋으며 보중익기탕, 십전대보탕 등도 경우에 따라 이용합니다. 특히 수험생들에게는 심각한 증상인데 보중익기탕, 익위승양탕 등을 투여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낮에 조는 증상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3)체중이 줄어들면서 잠이 안온다 문: 40세의 주부입니다. 불면증에 시달린지 4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식욕도 없고, 체중이 점점 줄어들어 40㎏정도밖에 나가지 않아 사람들이 자꾸 큰 병에 걸린 것 아니냐고 합니다. 원래도 깊은 잠을 자지 못했으나, 4년 전에 부모님을 한꺼번에 여윈 후 더욱 잠이 오지 않으며, 이곳저곳 병원을 전전해 보았으나, 약도 거의 비슷한 것같고, 그 때 뿐입니다. 건강해지고 식욕도 좋아지면서 잠을 하루라도 푹 자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답: 마른 체형은 잠이 적은 편이며, 반대로 뚱뚱한 체형은 그만큼 많이 충전해야 하므로 잠이 많습니다. 마른체형이시니 하니 우선 식욕을 돋구어서 체중을 늘리고 잠을 깊게 잘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은 치료방법입니다. 전씨이공산, 아공산, 양위진식탕 등이 식욕을 돋구는 약이며, 식욕이 돋구어지면 저절로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더욱 빠르게 효과를 볼려면, 저녁에 천왕보심단을 동시에 투약하면 임시로 잠이 오는데, 식욕이 좋아지는 약들로 근본적인 치료를 병행하면 아주 훌륭한 치료방법이 됩니다. (4)꿈을 많이 꾸어 잠을 잔 것 같지가 않다. 문: 잠은 그럭저럭 자는데 꿈속에서 헤매느라고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무겁고 머리가 맑지 않으며, 심한 경우에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꿈을 꾸지 않고 깊은 잠을 자면 피곤도 가실 것 같은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답: 마음이 허하면 밤새도록 꿈속에서 헤매고, 심한 경우에는 악몽을 꾸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익기안신탕이나 별리산이 좋습니다.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 충격을 받거나 고민하는 것이 심해지면 악몽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남자들보다는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목에 가래가 항상 걸려 있는 듯하고 울기를 잘 한다는 마른체형의 50대 여성이었는데, 심기울체해서 오는 증상으로 판단하고 가미사칠탕을 투약해서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치료한 적도 있습니다. (5)마음이 허전하고 답답해서 잠을 못잔다 문: 건강한 45세의 주부입니다. 5년전에 교통사고로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부터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잠만 못 잤는데. 이제는 만성두통과 식욕부진도 생겼고, 얼굴에 기미까지 생겨 밖에 나가는 것조차 싫어졌습니다.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귀신과 성관계하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감기증상도 계속됩니다. 답: 불면증에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부인과 같이 갑자기 남편이 사망했을 경우에는 마음이 허전하고 빈번해서 잠을 자지 못했을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귀비탕에 온담탕 종류를 합해서 투약하면 좋습니다. 그런데 지금 경우는 오랜 시간이 경과되어 증상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악몽이며, 귀신과 성관계하는 꿈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침에 일어나도 잠을 잔 것 같지 않으면서 피곤이 계속 누적되어 건강을 차츰 잃게 됩니다. 결혼생활을 하다 혼자 살게 되는 경우에 나타나는 병으로, 성생활에 대한 욕망은 있어도 해결할 수 없으니 이것이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기미, 죽은깨가 생기며 두통, 만성 감기증상, 만성 피로, 아랫배 불쾌감, 불면증 등이 동반됩니다. 억음지황환, 귀비탕, 시호억간탕 등이 좋습니다. (6)가슴이 답답해서 잠이 안온다 문: 여러 가지 병으로 시달리고 있는 45세의 주부입니다. 잠이라도 깊이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해질 것 같은데,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보았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소화가 잘 안 되고 목에 가래가 늘 생기고, 가슴에 주먹만한 음식덩어리가 들어 있는 듯 답답하며, 눈 밑에는 거무스레하게 기미가 끼어서 화장을 하지 않고는 문 밖에 나가기가 싫습니다. 각종 검사를 해도 이상이 밝혀지지 않고 검사비만 꽤나 들었습니다. 이 밖에도 하루하루 지내기가 고통스러우나 기분에 며칠 동안이라도 깊은 잠을 자고 나면 모두 나을 것 같은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답: 너무 춥거나, 덥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해도 잠이 오질 않습니다. 눈 주변과 눈 밑에 거무스름한 색을 띠면서 기미도 끼인 이 부위는 우리 신체의 가슴부위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가슴이 답답한 것이며, 이것이 불면증의 원인인 듯합니다. 가슴은 심, 폐가 있는 곳으로서, 목과 더불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여기를 먼저 치료해 주면 피곤한 것이나, 고통스런 여러 가지 증상과 불면증도 해결될 것입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찬 것(냉수, 냉커피, 찬 음료수 등), 날 것(회, 야채쥬스, 야채, 아이스크림)이 원인이 되므로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면 줄여야 합니다. 향사양위탕, 가미이진탕, 가미사칠탕 등이 좋으며, 침으로는 풍륭과 중완을 취혈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김희철 한의학박사 · 서울 파동한의원장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