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특집으로 KBS에서 방영된 `울지마 톤즈`는 아프리카 수단 남쪽의 작은 마을 톤즈, 그 마을 사람들이 쫄리 신부님이라고 불렀던 마흔여덟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이태석 신부(1962∼2010)의 삶을 담담하게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그의 아름다운 삶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 속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로서 안락한 삶이 보장되어 있었음에도 더 어려운 처지의 상처 받은 영혼들을 돕겠다는 큰 뜻으로 사제의 길을 택했다. 사제 서품을 받자마자 가장 열악한 아프리카 톤즈 마을로 파견을 자청하여 의료와 청소년 교육에 열정을 쏟았다. 벽돌을 찍어 병원을 짓고 한센병을 비롯한 많은 질병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치료하며 학교를 세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음악을 가르쳐 전쟁으로 피폐해진 마음을 치유해 주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소진하고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 신부의 이야기가 큰 감동의 울림을 주는 까닭은 그가 베푼 사랑과 헌신이 크고 숭고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세속의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부끄러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이 신부가 일찍이 작곡한 ‘묵상’이라는 성가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을 왜 당신은 보고만 있냐”고 묻고 있다. 그는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나에게 해 준 것’이라는 성경의 말씀에서 응답을 얻고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헐벗고 병든 사람들의 곁으로 갔다. 그는 “예수님이라면 이곳에 학교를 지으셨을까, 성당을 지으셨을까” 자문하면서 먼저 학교를 지어 어린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르쳤다. 특히 음악교육에 대한 그의 재능, 혜안과 노력은 놀랄 만하다. 독학으로 악기를 배워 수단에서 최초로 창단한 35인조 브라스밴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경이롭기만 하다. 사람의 눈물은 그저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단순한 액체가 아니다. 눈물의 성분은 과학적으로 98%가 수분이고 약간의 염분, 단백질, 지방화합물이 함유되어 있다지만 순수하고 맑은 눈물 한 방울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이 녹아 있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감정의 순간들, 북받치는 서러움과 기쁨뿐만 아니라 잊지 못할 추억과 진한 그리움이 담겨 있는 것이 참된 눈물이다. 먹이를 잡아먹고 흘리는 ‘악어의 눈물’이 횡행하는 거짓의 시대에 해맑은 눈망울을 가진 톤즈 소녀의 뜨거운 눈물이 가슴을 적신다. 이태석 신부의 사랑이 그 눈물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남과 북으로 나뉜 수단의 오랜 내전과 원래 강인하고 용맹했던 딩카족에게 눈물은 가장 큰 수치라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그들이 먼 타국 한국에서 온 한 사람의 따뜻한 사랑 앞에 울고 말았다. 톤즈 사람들이 그를 눈물로 추억하는 것은 그들의 눈높이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아픈 손을 어루만져 주며 진정한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시인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가 생각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우태주 리포터 woop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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